논란 부른 '기자 캐리커처' 풍자의 영역인가

'불신시대 저널리즘의 신뢰회복 방안'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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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얼굴을 붉은색으로 칠해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소속 언론사와 실명까지 기재한 캐리커처는 풍자의 영역에 해당할까. 5일 한준호·김용민·민형배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풍자냐 증오냐? 불신시대 저널리즘의 신뢰회복 방안’ 토론회에선 해당 캐리커처가 과연 풍자의 선을 넘은 것인지를 두고 토론자들 간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표현의 자유 아래 풍자에 해당한다는 견해 반대편에 불법이자 혐오표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존재하며 토론회 내내 좀체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한준호·김용민·민형배 의원실 주최로 ‘풍자냐 증오냐? 불신시대 저널리즘의 신뢰회복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인 김봉철 아주경제 기자는 토론회에서 “토론회 제목이 ‘풍자냐 증오냐’인데, ‘불법이냐 범죄냐’로 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철 기자는 “어떤 부정적인 상황을 말할 때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해학을 곁들여 돌려 말하는 것, 또 모욕적인 의사보다 유머가 담겨 있는 것이 풍자라고 저는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이 캐리커처에서 풍자가 느껴지는지 저는 잘 모르겠다.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주관적이라는 걸 전제하더라도, 얼굴과 이름을 대놓고 공개하면서 이른바 신상을 턴 이 작품이 해학을 곁들여 돌려 말하는 거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언론의 자유만큼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며 “이번 캐리커처를 보면 7년 전에 언론사를 퇴사한 사람도 있고, 소속 등 사실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빼놓고도 풍자를 하겠다고 하면 설득력 있는 근거와 설명이 따라줘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캐리커처의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사실관계가 어긋난다면, 언론에게 사실을 보도하라고 말할 자격은 저는 예술인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의 잘못된 보도들, 그런 현실을 저희가 부정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특정 진영이나 이념에 반하거나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무조건 가짜뉴스, 왜곡보도라고 폄하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도 언론 혹은 언론인에 대한 경멸과 증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진민정 연구위원은 “언론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명목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보도를 수집·저장하고 기자의 신상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를 쓴 특정 기자에 대한 욕설, 협박 등을 담은 게시 글을 올리는 온라인 트롤링도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여성 기자에 대한 트롤링은 가부장적 사회의 여성 혐오와 맞물려 더욱 폭력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제라도 언론이 불신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또한 언론인 혐오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도 “풍자는 해학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유효하다. 누군가에게 수치를 주는 수준을 넘어서 고통을 준다면, 적정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누군가를 비판할 때는 최소한 기준은 명확해야 하고, 일관성 있는 설명은 있어야 한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괴물과는 달라야 하듯이, 예술이 증오나 혐오의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다만 심영섭 위원은 한국기자협회가 캐리커처를 전시한 작가 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데 대해선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심 위원은 “소송을 통해 구제받으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다시 상승하고, 명예가 회복될 것인가. 수용자로부터 외면 받는 언론인들의 고통은 끝날 것인가”라며 “의견과 사실이 구분되지 않거나 신뢰할 수 없는 보도로 분노가 유발된다는 정보이용자가 늘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기자의 표현의 자유로만 착각한다면 이용자와 상호소통은 성립되지 않고 신뢰도 형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운성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장도 “사실은 거대 언론사와 본질을 다투고 싶지만 문제는 거대 언론 권력의 모습이 기자님들 손끝에서 생산되는 기사이기에 일차적으로는 기자님들 뉴스에 분노하고 슬플 수밖에 없다”며 “(보도가) 팩트와 진실에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만약 광고기사나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면 비난과 조롱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캐리커처가 풍자인지에 대해선 “비판과 비난, 혐오의 판단을 누가 할 것인가. 예술가들은 아주 간단하게 대중이 판단한다고 본다”며 “대중의 관심을 못 받으면 그 예술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예술가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한다”면서 과연 언론과 예술이 함께 공적 영역에서 비판받으며 또한 소송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서울민예총이 ‘가짜뉴스 언론 풍자’를 주제로 기자들을 희화화한 캐리커처 등을 전시하고, 기자협회가 이를 전시한 작가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마련됐다. 앞서 서울민예총은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굿바이 시즌2-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행동전’을 개최하며 언론인, 정치인, 변호사 등 110명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캐리커처를 전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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