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펴낸 '北 여성엘리트 4인' 이야기

전수진 중앙일보 기자 'North Korean Women…'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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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취재에서 한국 기자들은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언어적 한계로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항상 아쉬웠어요.” 최근 영어책 ‘North Korean Women in Power·<사진>’(한림출판사)를 펴낸 전수진 중앙일보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측근 여성 4명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영어로 기획하고 원고도 영어로 썼다. “영미권 및 일본 언론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 특정 사건에 관심을 쏟죠. 북한 정권의 특정 인물을 다룰 땐 때로는 관음증적 보도가 상당수 있어요. 한국과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 게 ‘틀리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라 ‘한국은 이런 시각도 있다’는 ‘다름’의 의미를 짚는 한국인 기자의 영어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전 기자는 이 책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부터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북한 첫 여성 외무상 최선희,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현송월 등 북한 여성 엘리트 4인에 주목했다. 201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때부터 지켜봐온 경험에 비춰, 김 위원장이 여성 엘리트를 육성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는 “김여정은 물론 리설주, 최선희, 현송월까지, 김 위원장은 특유의 여성 앙투라지(최측근)라는 ‘여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면서 “이들을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등에서 직접 만나며 취재한 결과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 기자는 코리아중앙데일리에서 기자를 시작했고, 2009년 중앙일보로 옮겨 외교부와 통일부 등을 출입했다. 그는 일명 ‘토종 한국인’으로 불린다. 언론사 입사 전까지 한국 영토를 벗어나는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10년 가까이 영어로 기사를 썼고, 영어책까지 내는 등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전 기자는 책 첫 장에 “저와 제 동생 수연에게 북한의 피와 남한 국적을 주신 어머니 이희숙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헌사를 썼다. 그는 6·25 전쟁 와중에 남쪽으로 피난 온 조부모의 영향으로 명절 때마다 임진각을 방문하는 등 북한의 유산을 접하며 자랐다고 한다. “제 삶의 배경이 북한과 북한 여성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취재하게 된 동기였다”며 “이 책은 한국의 여성 기자로서, 어쩌면 북한에서 태어나 북한 여성으로 고된 삶을 살아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공감의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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