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유로 티켓, 실험의 시작

[글로벌 리포트 | 독일]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장성준 라이프치히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언론학 박사

독일의 철도회사인 도이체반(DB)과 주(州)들은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기차표를 판매해 왔다. 요일과 지역, 인원수, 이동하고자 하는 거리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인당 10~25유로(한화 약 1만3500~3만3900원)로 종일 근거리 대중교통(Nahverkehrsmittel)을 이용할 수 있다. 비록 ICE나 IC로 불리는 장거리 고속기차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지만, 거주지 인근 지역과 도시를 간단히 여행할 때나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경우에는 꽤 유용한 수단이다. 그런데 지난 6월1일 그 모든 할인을 압도하는 새로운 제안이 등장했다. ‘9유로 승차권’(9-Euro-Ticket)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승차권은 말 그대로 9유로(한화 약 1만2200원)밖에 안 하지만 혜택이 파격적이다. 이 승차권을 구매하면 무려 1개월 동안이나 특정한 주나 지역의 제한 없이 모든 근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 판매되어 온 할인 탑승권들에는 24시간이라든가 특정 구역 안에서만 사용 가능함과 같은 조건이 붙어 있었다. 도이체반과 주 정부, 지역 대중교통 사업자들이 기획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9유로 승차권은 그런저런 제약들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런 계획은 연방정부가 주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후 발생한 유가 상승과 에너지 수급 문제도 작용했고, 연방정부 내 대연정 정당인 녹색당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정책도 한몫했다.


여러 배경에서 연방정부는 대중교통 사용량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9유로 승차권을 출시했다. 그 성과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첫선을 보인 지난 6월 한 달 동안 2100만 장의 판매를 기록한 것이다. 2년여 만에 코로나19 조치가 거의 없는 봄과 초여름을 되찾은 사람들이 이 표를 사서 인근 도시는 물론 유명 휴양지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오순절 연휴였던 6월 첫 주를 시작으로 지역축제들도 잇따라 열리면서 관광객의 이동이 급증했다. 이런 연유에서 주말이면 대중교통 이용객이 몰려 기차 연착과 취소가 일상이 되어버리는 불편도 함께 생겨났다. 언론에서도 주말이 지나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집중되었는지를 보도할 정도다.


장단점이 있지만 9유로 승차권이 도입되면서 시민들의 ‘대중교통비용’이 논의에 오른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독일에서는 그간 대중교통비용이 꾸준히 상승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용자 수는 꾸준히 감소해왔다. 이곳 라이프치히만 하더라도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1억5300만명의 이용객이 있었지만, 2021년엔 1억200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물론 코로나19 조치에 따른 영향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교통 사업자 측에선 위기 수준의 승객감소였다. 대중교통 이용량을 높이기 위해 현 라이프치히 시장은 2020년부터 1일 1유로, 1년 365유로의 정기승차권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는 당시 판매 중이던 정기권 요금의 30~40% 수준이었다. 아쉽게도 이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당시 연방정부와 작센주 주정부의 자금지원에서 제외되었고, 코로나19 조치에 따른 지역 내 긴급예산지출이 높아진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9유로 승차권이 도입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9유로 승차권 정책은 이제 하나의 실험이 되어 향후 지자체들의 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과 8월, 9유로 승차권으로 인해 많은 승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언론에선 이 승차권으로 인한 불편함을 먼저 지적하고 있다. 또한 9유로 승차권이 도입되면서 연방정부가 각 지역 대중교통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이 너무 적고, 불필요한 세금 지출이 이뤄진다는 등의 비판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중교통비용 비용 부담을 줄였다는 측면에선 저소득층이나 청년층, 노년층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성과들도 있다. 이런 면에서 지자체들은 이번을 계기로 저렴한 대중교통 이용을 가능케 하자는 의견을 내고 관련 연구 및 분석, 정책추진 등을 논하고 있다. 정책이자 실험, 계기로 작용하게 된 9유로 승차권. 향후 대중교통비용 절감을 논의할 때 어떤 근거로 작용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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