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면 누구나 ‘좋은 기사’를 써야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서 좋은 기사는 무엇인지 고민한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기사 품질 연구나 저널리즘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독자가 잘 읽을만한 기사를 쓰기위해 기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는 게 사실이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와 안수찬 세명대 교수는 독자들이 본 좋은 기사의 ‘포인트’를 찾기 위해 모범 사례 20개를 선별, 기자와 독자들에게 좋은 기사의 기준은 뭐라고 판단하는지 직접 물었다.
지난 20일 한국언론학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좋은 기사의 조건’ 세미나<사진>에서 해당 연구 사례가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좋은 기사에 대한 독자의 잣대는 기자의 잣대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했다”며 “가장 큰 특징은 독자들이 취재 방법에 있어서 기자의 열정 또는 노력이 확인된 기사에 대해 매우 좋은 평가를 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만드는 것처럼 기사 많이 쓰고 빠르게 쓰는 경우 많은데 이렇게 열정 담아 구성하면 티가 난다.” “이런 내용 나올 거라 생각한 게 안 나오고 다른 내용 나와서 좋았다. 예상치 않은 길로 갈 때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보도된 한겨레의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지난 2020년 나온 경향신문의 ‘기후변화의 증인들’ 기획을 본 독자들은 해당 기사들이 좋다고 평가한 이유에 대해 각각 이렇게 답했다.
독자들의 평가 대상이 된 기사들은 박재영 교수가 지난해 7월부터 주니어 기자 10~15명으로 구성해 진행한 ‘좋은 기사 공부 모임’의 추천으로 나왔다. ‘현재의 취재 여건을 고려하지 말 것’, ‘내가 쓰고 싶었던 기사, 내가 에디터가 됐을 때 보고하고 싶은 기사’ 등이 선별 기준이었고, 총 17차례 모임에서 213편의 좋은 기사 사례가 수집됐다. 기자들은 여기서 기사 40편을 뽑았고, 이 중 연구자들이 스트레이트, 기획, 단순 인물 기사, 사건 추적 기사 등 기사 유형 별로 안배한 20편을 선별해 조사를 진행했다. 언론학 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 53명은 기사 20편의 전문을 읽고 좋은 기사라고 생각하는지, 무엇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서술했다.
독자들은 해당 기사들에 대해 △흥미로운 주제 △몰입할 수 있는 전개 △성실한 취재 △신뢰할 수 있는, 실명이 있는 정보 △입체적인 정보 △이해를 높이는 내용 등이 담겨있어 좋은 기사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안수찬 교수는 “기자들이 기사를 추천할 때 나오지 않았던 지표가 다양한 정보와 관점이 제공되는 기사였다”며 “이 다양성이라는 건 기사에 서로 다른 의견과 관점이 있는 사람들 여러 명을 등장시킨다거나 인물 인터뷰, 현장 관찰 등 여러 종류의 취재가 들어가는 등의 방식이었다”고 분석했다.
박재영 교수는 “독자들이 표현력과 문장력 부분도 본다는 점을 기사를 공급하는 쪽에서 신경을 써야 된다고 본다”며 “단독이나 특종 형태의 기사를 보고 독자들이 이렇게 반응할까. 단독, 특종 기사라도 지금같이 기계적으로 써서는 독자한테 기억되지도 않고, 좋은 평가를 못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선 차별화된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자들의 경험과 이들이 현장에서 느낀 고민이 나왔다. 이혜미 한국일보 허스펙티브랩장은 “뉴스룸에선 최근 들어 기자와 기사 유형에 대한 논의가 참 활발하다. 예를 들어 기획이나 어젠다 세팅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한쪽에선 단독 발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이게 과연 제로섬으로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것들이 전반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전반적인 기사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증발’ 시리즈에 참여한 이호재 기자는 “주니어 기자들이 좋은 기사의 조건으로 재미를 본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독자들이 왜 기사를 안 좋아할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같은 다른 것들이 너무 재미있어진 게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해외 언론을 보고 참고하는 걸 넘어서서 다른 플랫폼의 콘텐츠를 보고 어떻게 재미있게 쓸 수 있을지 연구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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