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기자단 '출입기자 윤리·자질 규약' 추진
성추행 퇴사 기자, 최근 가입 신청
자격 판단 근거 없었다는 점 확인
간사 "성범죄·성비위 등을 포함한
가입 제한 최소기준 검토될 것"
통일부 기자단이 출입기자의 직업윤리와 자질 등을 판단하는 단 차원의 성문화된 규약을 만드는 절차에 착수했다. 사내 성추행으로 퇴사했던 기자가 직장을 옮긴 후 기자단에 가입신청을 하며 최근 논란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출입기자 자격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알게 돼서다. 폐쇄적인 구조 등을 사유로 기자단의 존속 자체에 대해 비판이 존재하는 가운데 기자단이 ‘출입기자의 윤리와 자질’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려 했고, 이는 ‘기자 커뮤니티’ 회복의 계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남긴다.
21일 통일부 기자실 간사단에 따르면 49개사 90여명이 등록된 기자단은 최근 단규약 초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타 부처 기자단의 규약을 살피고 현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인 한편 간사단 외 기자들의 자원도 받고 있다. 기자단 간사인 박은경 경향신문 기자는 “투표 정족수 등 출입기자 가입 기준, 풀단 운영 같은 관례처럼 해오던 방식은 있었지만 단규약 자체는 없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면서 “기자 출입등록을 두고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 만들게 됐고, 타 직업에 비해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받는 분위기가 반영될 듯하다. 성범죄, 성비위 등을 포함한 기자의 가입 제한 같은, 자격에 대한 최소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표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사내 성추행으로 지난해 11월 퇴사한 모 기자가 직장을 옮긴 후 통일부 출입기자로 등록을 신청하며 복수의 기자들로부터 문제제기가 나왔다. 해당 기자는 당시 기간제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신고 등이 제기돼 회사에서 징계 절차를 밟던 중 퇴사했고, 같은 해 12월 강제추행죄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간사단은 두 차례 대면회의 끝에 공지를 내고 “기자단 전체의 위상이나 품위와 관련된 문제이고, 높아진 기자 윤리 의식 등을 고려할 때 기자단 내부에서 충분하게 논의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며 논의여부에 대한 의사를 물었다.
통상 절차대로라면 등록여부를 두고 출입 기자들의 투표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날 저녁 해당 기자 소속 매체가 간사단에 연락,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전하면서 사안은 없던 일이 됐다. 이후 간사단이 지난 14일 “기자단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규약의 명문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규약을 만드는 절차에 착수하려 한다”고 밝히면서, 제기된 논란을 규약 마련으로 이어가는 게 현재다.
폐쇄적인 구조, 정보공개의 제한 등 기자단의 폐해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제기 가운데 이 같은 움직임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기자단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갖는 쪽에선 출입기자 제한을 이미 상당 부분 유명무실화된 ‘카르텔’로서 ‘기자단 체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서울시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출입처별 차이는 있겠지만 전통적인 기자단 개념은 이제 검찰, 일부 지역 기자단에서만 존재한다. 대부분은 취재편의를 위한 행정적인 기자단에 불과하고 간사단 주요 업무도 편의와 관련한 민원처리인데 품위나 윤리 등을 사유로 누군가를 배제할 때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가뜩이나 사회가 기자의 그런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비춰질진 명확하다”고 했다.
반면 현실적인 이유로 여전히 존속 중인 많은 기자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새 기능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통일부 기자단의 규약 마련은 달리 볼 여지도 있다. 특정 매체·기자의 등록 판단, 엠바고 등 취재편의나 매체 간 조정·균형에 집중하는 기능적 운영에서 나아가 기자의 윤리와 자질, 자격을 묻는 ‘기자 커뮤니티’의 단위로서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심석태 세명대저널리즘스쿨 교수는 “기자 일을 하다 문제를 일으키고 회사가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직장을 옮겨 자신의 잘못을 우회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고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라며 “‘이쪽 가게에서 문제가 됐으니 다른 동네 가서 하면 된다’는 개인의 자유 영역으로 보기에 언론은 보다 엄격하게 윤리를 따지는 데고 이에 어떤 근거와 기준은 필요하겠지만 동료 기자들이 커뮤니티 차원에서 합의·평가를 하고 징계를 하는 일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단 자체에 대한 도전과 별개로 기자단의 긍정적인 기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대표적인 기능으로 기자들이 존경하는 동료, 좋은·나쁜 기사에 대한 컨센서스이자 상호 간 견제로서 ‘피어리뷰’가 거의 사라졌는데 ‘기자 커뮤니티’는 장기적으로 기자들 뿐 아니라 사회가 사는 데도 필요한 만큼 활성화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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