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노조가 자사 기사 6400개를 분석한 결과 긴 기사여도 맥락을 짚거나 해설이 풍부한 기사가 독자들에게 오래 읽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노조가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실의 도움을 받아 2019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 출고된 자사 기사의 열독률(DRI)과 페이지뷰(PV) 자료를 수집한 결과다.
지난 3일 경향신문 노조는 ‘2019~20 22년 경향신문 기사 열독률 분석’을 담은 노보<사진>를 발행해 “포털에서 지난 2년 6개월간 독자들이 오래 읽은 기사 상위권에는 현장 기자들이 현안을 집중 분석한 기사와 주요 사건의 현장을 상세하게 스토리텔링한 기획기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열독 기사는 순식간에 창을 닫고 나가는 20초짜리 기사들 홍수 속에서 장기적으로 충성 구독층을 만들어낼 힘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경향신문은 디지털 퍼스트 전환의 일환으로 ‘온라인과 지면 제작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디지털 전환 후 1년이 지난 시점, 노조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뉴스 서비스가 구독 기반 서비스로 개편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열독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조사에서 활용된 ‘DRI’는 카카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사 열독률 수치로, 독자들이 각 기사 페이지에 체류한 실제 평균 시간과 기대 체류 시간 간 차이로 구한 값이다. 노보에서 카카오 관계자는 “미디어법 개정으로 알고리즘 자체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모바일 버전과 PC버전에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구독 중심이 될 경우 DRI 지표는 더 중요해지고 PV가 대세가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노보에 따르면 열독률 상위 10%(640개) 기사를 추린 결과, 사건 기사 중엔 현장의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고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짚은 기사들이 상위권에 포진한 것으로 나왔다. “유명인이나 큰 권력 기관이 주요 소재가 아님에도 뉴스의 주인공 및 장소가 독자와의 근접성이 높고, 시사적 의미를 지닌 점에서 독자의 시선을 오래 붙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따라왔다.
주요 현안에 맥락을 짚고 해설을 곁들인 분석 기사도 열독률이 높았다. 열독률 상위 100개 기사 가운데 국제부 기사는 13개였고, 이중 9개는 분석 기사였다. 정치부 기사 중에도 사안을 팩트체크하거나 분석한 일종의 AS성 기사가 열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아닌 주제일수록 기사 수요층을 세밀하게 따져 유통과 홍보를 하지 않는 이상 높은 열독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결국 평균적인 열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현업을 다루는 각 출입처 기자들이 관점을 가지고 쓴 분석, 차별화 기사가 승부수란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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