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이용자 3명 중 2명 "뉴스 회피경험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2' 발표
언론신뢰도 지난해보다 하락해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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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이용자 3명 중 2명은 이 같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하락했으며 국내 주요 뉴스 매체 중에선 YTN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 여전히 온라인 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로 포털과 같은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 이용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쪽인 반면 언론사 홈페이지 등 뉴스 웹사이트 및 앱을 통한 이용은 가장 적은 국가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참여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진행해 지난 15일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selective news avoidance)하는 이용자 비율이 지난 5년 새 증가했다. 올해 조사대상 46개국 평균은 69%였는데 5년 전에 비해 13%p가 늘어난 결과였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이용자 3명 가운데 2명(67%)이 이 같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비율은 5년 전인 2017년 52%에 비해 15%p가 늘어나 33번째에 해당했다. 뉴스 회피 이용자 비율이 높은 국가는 크로아티아(85%), 터키(82%), 폴란드(81%) 등이었고, 이 비율이 낮은 국가는 덴마크(45%), 핀란드(47%) 등으로 나타났다.

회피 사유를 복수 선택하게 한 결과 한국 이용자는 “뉴스가 신뢰할 수 없거나 편향적이다”란 응답이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은 “정치/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룬다”가 43%로 가장 높았으며, 이는 한국 이용자에게선 두 번째로 많이 선택(39%)된 이유였다.

선택적 뉴스 회피 증가와 더불어 뉴스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 이용자 중 ‘뉴스에 관심이 없다’(5점 척도 중 ‘관심 없다’, ‘전혀 관심 없다’)는 응답은 13%로, 2017년 6%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 조사대상 국가 전체 평균에서도 이 비율은 2017년 5%에서 2022년 12%로 증가하며 같은 현상이 감지됐다. 분석을 진행한 최진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디어 이슈’(8권 3호)에서 결과를 전하며 “뉴스 매체의 정파적 편향에 따른 불신이나 정보의 과잉에서 비롯되는 피로감과 무력감이 뉴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더 나아가 뉴스를 (선택적으로) 보지 않도록, 즉 이용자가 뉴스로부터 이탈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는 올해 ‘뉴스 신뢰 프로젝트’ 보고서를 공개하며 뉴스를 ‘일반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4개국(브라질, 인도, 영국, 미국) 수용자 100명을 인터뷰해 뉴스 소비 태도와 경향성을 분석하며 이들을 ‘무시 못할 수준의 소수 집단(large minority)’이라 표현한 바 있다. ‘뉴스 저신뢰층’의 경우 점점 비율이 늘고 있음에도 언론에서도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층이란 점에서 주지할만하다. (해당 보고서 링크: <Snap judgements: how audiences who lack trust in news navigate information on digital platforms>)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수용자는 ‘플랫폼에서 접하는 뉴스에 대해 대부분 무관심 했고 관심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보더라도 연예뉴스 같은 소프트뉴스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경우 현재 보도되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렸는데, 플랫폼 자체를 통해 전달되는 헤드라인, 비주얼 같은 최소한의 정보, 브랜드, 평판 등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 집중했다’ ‘생소한 소스를 접했을 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보통 이런 링크를 클릭하지 않았지만 클릭을 했을 땐 웹사이트 모양, 광고 및 기타 가시적인 신호와 상징에 근거해 즉각적인 판단을 내렸다’ ‘모든 뉴스에 회의적이지만 정치 주제, 정치화한 스토리를 모두 피하려고 한 콘텐츠로 지목했고, 오락이나 시간 때우기로 그런 주제를 봤기 때문에 신뢰성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한국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물은 결과도 공개됐다.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를 5점 척도(1: 전혀 동의하지 않음~5: 매우 동의함)로 측정하고, 이 중 ‘매우 동의함’과 ‘동의함’에 응답한 비율을 따지는 방식에서 한국 뉴스 전반 신뢰도(조사 대상국 평균 수치는 42%)는 지난해보다 2%p 낮아진 30%, 순위론 46개국 중 40위(지난해 38위)였다. 한국은 처음 조사에 참여한 2016년 22%, 2017년 23%, 2018년 25%, 2019년 22%, 2020년 21%의 신뢰도를 기록헀고 2021년 32%로 크게 오른 바 있다. (관련기사: <'언론 신뢰도'에 대한 어떤 오해>)

올해 조사대상국 3분의 2 이상에서 뉴스 신뢰가 하락한 것과 달리 핀란드는 지난해보다 4%p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슬로바키아와 함께 가장 낮은 26%를 기록해 뉴스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는 비율을 따져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5점 척도 측정값의 평균을 기준으로 순위를 쟀을 때 한국의 순위는 46개국 중 31위였으며, 이 경우에도 1위와 46위 국가는 각각 핀란드, 미국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언론재단은 신뢰도 전반의 하락과 관련해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다른 정보원에 비해 공신력 있는 정보로서 언론사 뉴스가 주목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상승한 뉴스 신뢰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서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이용률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한국의 주요 뉴스 매체 15개사의 뉴스 신뢰를 조사한 결과에선 YTN이 50.75%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SBS 48.90%, KBS 48.70%, JTBC 48.09% 등이 이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언론사들의 신뢰가 지난해에 비해 모두 낮아진 가운데 JTBC의 감소폭(-6.77%p)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디지털 뉴스 소비는 포털과 같은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는 비율이 높고, 뉴스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직접 이용하는 정도는 매우 낮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디지털뉴스를 이용하는 주된 경로를 살펴본 결과 한국은 포털과 같은 검색 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뉴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9%(68.60%)로 조사국 가운데 일본(69.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한국은 뉴스 웹사이트나 앱에 직접 접속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조사국 평균 23%에 한참 못 미치는 5%로 가장 낮았다. 핀란드, 덴마크, 영국, 노르웨이 등 국가와 매우 대조적인 경우다. (관련기사: <한국, 포털 통한 뉴스 소비 세계서 가장 높은 국가>)

이번 설문조사는 영국 전문 조사회사 유고브(YouGov)가 2022년 1월11일부터 2월2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전 세계에서 총 9만3432명(한국 응답자 2026명)이 응답했다. 2012년부터 발간된 ‘디지털 뉴스 리포트’는 세계 주요 국가 국민들의 디지털 뉴스 이용과 인식을 살펴왔으며, 한국은 2016년부터 조사에 포함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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