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69) 다시 우크라이나로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3개월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여기저기 질서없이 누워있던 사람들도, 빼곡히 빈 곳 없던 멀티 콘센트도, 비어있는 동공도 이곳, 바르샤바 중앙 기차역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곳을 가득 메웠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이들은 지금 유럽 40여개국으로 흩어졌고 일부는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지금 폴란드 동부 조신(Zosin)이라는 지역에 있는 국경검문소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로 다시 돌아가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지나 우크라이나에 도착하면 국경검문소를 한 번 더 들러야 합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 번도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한국이 정전 상태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종전했다면 한반도 어딘가에 있을 국경검문소를 지나 다른 나라를 다녀 지금 이 경험이 생경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취재를 갈 우크라이나 곳곳에는 아직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 흔적은 반세기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가 한반도 곳곳에 남아있듯이. 얼마나 깊은 상처가 있을지 상상은 안되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상처입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쟁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며 취재하려 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 전쟁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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