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호주에서 세계 최초로 디지털플랫폼에 ‘뉴스 사용료’를 내게끔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일찍이 거대 디지털플랫폼 기업들의 호주 디지털콘텐츠 시장 장악을 우려해온 정부는 이들 기업들의 호주 내 시장 지배력을 감소시키고 공정한 뉴스 콘텐츠 시장을 형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법안 마련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 법안 통과는 국제사회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유사한 법안 마련을 준비 중이던 유럽, 캐나다와 같은 다른 나라들에서 유사한 규제 마련을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뉴스 미디어협상법이 통과된 지 1년하고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호주 언론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리고 이 선례는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뉴스 미디어협상법 시행은 언론사들이 뉴스콘텐츠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언론인 고용확대 및 재교육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공적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 호주 정부와 뉴스 산업계의 기대가 컸다. 법안 시행 후 1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 2월까지 구글과 메타는 약 2억 호주달러(한화 약 1800억)의 뉴스 사용료 지불에 대한 협상을 체결하였다. 구글은 19개 이상의 언론사, 메타는 11개 이상의 언론사와 뉴스 사용료 지불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였다. 뉴스 미디어협상법 시행으로 인해 언론사들의 보도국 인력에 대한 투자확대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 다만, 일부 언론사들의 기자채용 확대 소식은 간간이 들려왔다. 호주의 공영방송 ABC는 50명 이상의 지역 뉴스 기자들을 채용하였으며, 오스트레일리안파이낸셜리뷰(Australian Financial Review), 시드니모닝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 등 또한 기자채용을 늘렸다. 큰 성과는 아닐지언정 지난 10년 동안 폐업하는 언론사들과 지속적인 구조조정 소식이 끊이지 않던 호주 언론 산업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호주의 미디어협상법을 본보기로 자국의 뉴스미디어협상법안 마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던 캐나다는 올해 온라인뉴스법(Online News Act)을 도입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호주 미디어협상법에 많은 영향을 받은 캐나다 온라인뉴스법의 경우, 가장 큰 차이는 뉴스협상법 대상에 해당하는 플랫폼사들을 누가 결정하느냐에 있다. 호주의 미디어협상법은 경쟁법적 관점에서 협상 당사자(언론사와 플랫폼사) 간 협상력의 불균형을 보완하는데 법안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뉴스 사용료에 따른 협상은 플랫폼사와 언론사의 자율에 맡기고, 원활한 협상에 이르지 못한 경우, 정부가 이를 중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재무부가 중재 대상을 지명하는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반면, 캐나다 온라인뉴스법은 규제 대상 기준을 마련하여, 그 기준에 해당하는 어떤 플랫폼사들도 규제 대상이 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호주의 미디어협상법에서는 플랫폼사들이 자율적으로 각각의 언론사들과 비공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캐나다의 경우는 협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본적인 틀은 유사하나 규제 대상에 대한 결정권한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는 두 나라의 법은 추후 플랫폼사와 언론사들의 협상력에 어떤 차이를 보이며, 더 나아가 자국의 언론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호주 정부는 올해 9월 미디어협상법 시행에 따른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플랫폼의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불을 법으로 정하고자 하는 법·제도적 대응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지표가 될 자료일 것이다.
이지영 호주 캔버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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