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명백한 이해충돌이었습니다. 간단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과거 본인 소유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에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던 미국 대기업 법인을 세입자로 들였습니다. 월세인데 선금으로 약 3억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서울 강남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었던 돈입니다. 고금리 시대라 은행에 맡겨만 놔도 큰돈이 붙을 때였습니다. 그 시기 한 총리는 산업·통상 분야 고위공직자였습니다.
한 총리는 “정말 몰랐다”고 반복했습니다. “모든 건 부동산이 알아서 했다”고 했습니다. 계약서엔 본인 도장이 찍혔고, 본인 명의 통장으로 수억 원을 받았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모를 수가 없고, 몰라서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부동산이 어딘지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외국 법인 세입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근처 부동산이었습니다. 고급 단독주택을 외국 법인과 연결해주는 곳이었습니다. 미국 대기업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먼저 피했어야 할 고위공직자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외국 법인 세입자를 찾은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 총리 측과 여러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때 보낸 문자메시지 하나를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전·월세 계약도 이해관계 여부 등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관행이 지금은 위법인 경우도 많습니다. 더구나 고위공직자들한테 요구되는 윤리적 기준은 더 크게 바뀌었습니다. (중략) 후보자님은 ‘지금’ 다시 한번 국무총리에 오르실 예정입니다. 당연히 지금 잣대로 과거를 다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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