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서는 5년마다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대회가 개최된다. 동계 올림픽 종목인 쇼트트랙에 비유하자면 출발선상에 선 총리 포함 장관 후보자 19명은 가슴을 졸이며 완주 의지를 다진다. 그러나 트랙을 돌다 미끄러지거나 반칙으로 실격 당해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는 선수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간 ‘게임의 법칙’이었다.
이번 윤석열 내각의 1호 낙마자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였다. 대회를 중계하는 역할을 맡은 언론의 인사검증 보도는 한 편의 ‘종합 예술’에 가깝다. 검증(檢證)은 사전적으로는 ‘검사하여 증명함’이란 뜻인데, 수사기관의 수사와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도 끝까지 증명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언론이 제기한 ‘문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지가 관건인데, 흔히들 말하는 ‘국민 눈높이’가 그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국민이란 말도, 눈높이라는 말도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에 종잡기 쉽지 않다. 검증 보도는 끊임없이 그런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한국·미국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권위있는 장학금 수혜자 동문회장인 아버지, 교수인 어머니, 미국 대학원에 진학한 두 자녀 등 네 식구 일가가 모두 같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제보는 고마웠지만, 반드시 필요한 ‘팩트 확인’을 거부하는 후보자와 교육부의 방해는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었다. 그나마 “160여개국에서 운영 중인 60년 역사의 공신력 있는 장학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지 말라”는 반응이 힌트가 돼 장학생 선정 기관이 한미교육위원단장 일가의 전횡과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는 사실까지 파헤칠 수 있었다.
언론들도 여러 장관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쇼트트랙 출발선에서 동일하게 출발해 열심히 달렸다.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기자들의 이처럼 치열하면서도 공정한 노력들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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