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400여 곳에 달하는 SPC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들어서면 흰색 작업복을 입은 채 반죽을 만드는 사람이 보인다. 매일 새벽 출근해 빵과 케이크를 굽는 ‘제빵기사’다. 커피 등 음료와 샌드위치를 만드는 사람은 ‘카페기사’라고 부른다. 이 기사들은 원래 파리바게뜨 본사나 가맹점주가 아니라 전국 11개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사들의 채용과 교육을 관할하고, 근태를 관리하며, 지시하고 평가하고 임금을 결정한 것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파리바게뜨 본사였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벌인 끝에, 2017년 9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카페기사 5378명을 불법파견으로 써왔다’며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그러나 본사도 가맹점주도 기사들의 직접고용을 반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월, 기사들을 파리바게뜨 본사의 자회사로 고용하되 본사와 임금차별을 해소하는 등의 내용으로 ‘사회적 합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쪼개진다. 노동부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기 전인 2017년 8월 제빵기사 임종린씨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를 만들었다. 노동부 감독 결과가 나온 후인 2017년 12월에는 중간 관리자들이 간부로 나서 지금의 피비파트너즈 노조를 만들었다. 이 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했고, 전체 직원 5000여 명 중 4000여 명이 소속된 다수 노조가 되었다. 다수 노조이던 민주노총 조합원은 200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회사가 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압박하거나 한국노총 기사를 더 많이 승진시켰으며 이는 ‘부당노동행위’라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최근 인정했다. 노동부는 자회사 관리자 9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자회사 고용 이후 본사와 임금차별이 해소되었는지도 다툼이 있다. 임종린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53일간 단식을 한 배경이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많은 질문을 던진다. 한 회사에 여러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한 복수노조 제도는 정말로 결사의 자유를 확대했나? 노동위원회나 정부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해도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이는 또한 프랜차이즈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사들이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 SPC 관계자는 “자회사 지분을 본사가 51%, 가맹점주협의회가 49% 갖고 있다. 휴게시간 등은 기사가 가맹점주와 협의해 얻어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종린 지회장은 “기사 1명당 월 500만원 용역비를 내는 점주 입장에서는 연장수당까지 지불하길 꺼린다. 점포당 한두 명 있는 기사들이 이를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연장수당도 못 받고 일은 일대로 하느라 점심을 거르게 된다”라고 말한다. 기사들이 휴가를 제대로 못 쓰는 것도 본사의 ‘연중무휴’ 지침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두 달 가까이 밥을 굶는데도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에선 기사를 찾기 어려웠다. 노동자의 단식은 어느새 진보언론만의 주제가 되어버린 것일까. 유명한 회사에서 노조를 하기 어렵다면 작은 회사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동료 시민들의 운명이 파리바게뜨 사태와 연결된 이유다. 그래서 이 사건은 단순히 ‘노노갈등에 가맹점주 새우등 터진다’는 식으로 축소할 수 없다. 프랜차이즈와 불법파견, 복수노조 하에서의 부당노동행위라는 한국사회 노동문제 최전선에 파리바게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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