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지역 언론 패싱’ 논란에 휘말렸다. ‘출근길 문답’ 등 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중앙 언론만 챙기고 지역 언론은 홀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2 세계가스총회’(WGC 2022)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사진이 다음날 대다수 대구·경북지역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사진 출처는 연합뉴스, 뉴시스, 그리고 대통령실이었다.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가스총회는 가스산업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열렸다. 그러나 정작 대구 지역 언론은 본 행사의 공식 막이 오르는 순간을 지켜볼 수 없었다. 대통령의 축사를 포함한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지역 기자들의 행사장 입장 자체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행사 3주 전부터 프레스에 등록한 취재기자들은 개회식장은 물론 미디어센터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현장 취재는 서울에서 온 대통령실 풀기자단에만 허용됐다. 대구에서 열린 국제행사 개막 현장을, 대구·경북 지역 언론은 직접 취재하지 못하고 대구시 등에서 낸 보도자료와 통신사의 사진을 받아서 보도해야 했다.
지역 기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가스총회 취재를 담당한 임훈 영남일보 기자는 지난달 25일 ‘대구 세계가스총회 지역언론 패싱 유감’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부아가 치밀었다”고 토로하며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500만 대구경북민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군가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란 생각에 모멸감마저 들었다”고도 했다. 한윤조 매일신문 기자도 26일 ‘지역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란 칼럼에서 “서울 풀 기자단은 되는데, 지역 취재진은 왜 가로막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의아한 건 윤 대통령이 이날 가스총회 참석 후 권영진 대구시장 등과 함께 한 ‘대구 근대골목 투어’ 땐 지역 기자들의 취재를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광주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에도 지역 기자들이 풀단을 꾸려 취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일을 두고 행사 조직위원회의 ‘과잉 의전’과 ‘미숙한 운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조직위가 개회식 전날 밤 “유관기관의 보도불허 지침”이라며 기자들에게 취재 불허를 통보한 것에서 ‘유관기관=대통령실’의 책임을 묻는 시선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을 앞두고 지난 4월 지역을 순회하면서 대구·경북과 전북, 광주·전남 등지에서 지역 언론의 취재를 거부해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도 지역 언론 관련 공약을 내지 않았고, 후보 시절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 매체 말고 메이저 언론을 통해 하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 지역신문노조협의회(지신노협)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내고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 인터넷 매체 뉴스민의 김보현 기자는 “이번엔 조직위에서 과한 의전을 한 게 맞고 대통령실에서 지역 기자를 패싱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당선인 시절에도 지역을 순회할 때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서울에서만 일하는 건 아니지 않나. 지역 기자들과도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대환 광주전남기자협회장도 지역 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맹 회장은 “어떤 사안이 있어서 지역을 방문할 때 대통령실 출입 기자는 지역 현안을 알지 못해 행사 위주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많이 쓰게 된다”며 “지역에 오면 지역 언론과 소통하는 게 맞다. (대통령이) 지역 현안을 알고 듣고 싶다면 지역 언론과 지역 주민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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