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노조 '이직 의향' 설문, 편집국 19명 "1년 내 퇴사"

[서울경제 노조 설문서도 78% "이직 고민"]
업무 과중, 상명하복 문화, 급여 등
더 나은 기업으로의 변모 요구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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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서울경제 등 주요 언론사 노동조합이 최근 잇따라 기자들의 이직·퇴사 실태와 의향, 원인 등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며 사측의 해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 산업 전반의 사양세 속에 날로 심해지는 ‘인력 유출’을 두고 근무환경과 조직문화, 처우 개선 등 언론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지난달 12·19·26일 3주 연속 노보를 통해 자사 기자들의 이직·퇴사 문제를 조명했다. ‘편집국 이직 의향 실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0명(응답률 20%) 중 95%가 최근 1년 새 퇴사 또는 이직을 고민(19일자 노보)해 본 적이 있고, 그 중 47.5%(19명)는 향후 1년 간 적극적으로 퇴사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12일자 노보에선 최근 10년간 입사자 106명 중 약 40%(40명)가 퇴사했다는 집계가 공개됐는데 노조는 “설문 결과를 토대로 볼 때, 향후 이 같은 퇴사 행렬이 단기간에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최근 3개호 연속으로 자사 기자들의 이직 의향과 실태 등을 파악한 노보를 발행했다. 서울경제 노조도 최근호 노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등 최근 몇 년 새 주요 언론사에서조차 그 심각성이 거론돼 온 '언론사 인력 유출'이 지속되는 흐름이다. 언론산업의 사양세, 기자 평판 악화가 여전한 가운데 '근무여건' '급여 인상' '조직문화 개선' 같은 조치 없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6일자 조선일보 노보.


서울경제 노조도 편집국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만족도 조사결과를 담은 지난달 23일자 노보를 통해 응답자 102명 중 78.4%(80명)가 이직을 고민해 봤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타 업종 전직이 40.2%, 타 언론사 이직이 38.2% 비율이었다. 특히 응답자 중 약 18%는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등 적극적인 이직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들) 응답자의 수는 18명으로 지난해 들불처럼 번졌던 ‘탈 서울경제’ 당시 유출된 인력 수와 엇비슷하다”며 “다시 한 번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른 매체지만 퇴사 사유와 대책은 ‘근로 여건 개선’, ‘조직 문화 변화’, ‘급여 상승’ 등 키워드 범주에 머물며 대동소이했다. 서울경제 노조 조사에서 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주요 대책으로 ‘임금 인상’을 꼽은 비율(응답자 102명 중 49%)이 높았다. 그 뒤를 조직문화 개선(18.6%), 브랜드 파워 강화(14.7%), 휴일 등 근무여건 개선(8.8%)이 이었다. 구성원에게 주관식으로 대책을 물은 26일자 조선일보 노보엔 ‘급여 인상’과 ‘업무부담 경감’을 요구하며 ‘경쟁사보다 원천연봉이 낮고 스타트업이 더 많이 준다’, ‘대기업보다 연봉도 낮은데 워라밸도 안 좋다’고 한 답변이 담겼다. ‘폭언 가해자 축출’,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및 변화 없는 조직문화’, ‘명예퇴직 실시 통한 고참들 퇴로 마련’, ‘상향식 근무평가제 필요’ 등 의견도 포함됐다.

조선일보 노조는 최근 3개호 연속으로 자사 기자들의 이직 의향과 실태 등을 파악한 노보를 발행했다. 서울경제 노조도 최근호 노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등 최근 몇 년 새 주요 언론사에서조차 그 심각성이 거론돼 온 '언론사 인력 유출'이 지속되는 흐름이다. 언론산업의 사양세, 기자 평판 악화가 여전한 가운데 '근무여건' '급여 인상' '조직문화 개선' 같은 조치 없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23일지 서울경제 노보.


언론계 전반의 경영·신뢰 위기 가운데 기자들이 느끼는 불안감, 상대적 박탈감이 이직과 전직 또는 ‘더 나은 기업’으로 변모를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동아일보 노조는 퇴사자 전수 분석을 통해 9년 8개월 간 편집국 등을 떠난 취재기자 수가 총 71명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도 2021년 기자 퇴사자(11월 기준)가 10명이었으며, 한국경제신문 역시 2021년 퇴사자(11월 기준)가 46명이었다. 매일경제신문도 지난해 11월 기준 이전 4년 간 퇴사자 수가 37명이었다. 이들 언론사 노조가 파악한 퇴사 사유와 해법 역시 앞선 세 키워드를 벗어나지 않았다.


장기적으론 처우 향상이 필수적이겠지만 구성원 요구를 반영한 세심한 복지 마련, 업무조정을 통한 워라밸 보장, 조직문화 개선 등 ‘큰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안부터 모색할 필요성이 크다. ‘명예’와 ‘처우’ 모두 충족되지 않는 현실에서 ‘사명감’만으로 우수 인력을 잡아두긴 어렵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잦은 야근 등 개인 및 가정 생활과의 양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업무강도, 그에 비해 못 미친다고 간주되는 보상과 급여, 상명하복 위주의 강압적인 조직문화 등이 구성원들을 등떠미는 새로울 것 없는 주요 원인들이었다”면서 “성장 산업이 아닌 업계 특성을 고려해 노사가 서로 양보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도 있겠지만, 업무환경 및 조직문화 개선 등은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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