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68) 슬픈 살인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대학 시절 봉사활동 중 만난 한 시각장애인의 어머니가 제게 말했습니다. “단 하루라도 좋으니 제가 아들보다 오래 살았으면….”


얼마 전 한 엄마가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딸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를 갖고 태어나 30년간 누워서 지냈으며,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모가 먼저 천륜(天倫)을 저버린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이 사건에 ‘살해 행위에 중점을 두지 말고, 왜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달라’, ‘어머니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사회가 죽였다’ 등 피의자인 친모의 선처를 호소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고위험 장애인 가족 지원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애 가정의 10명 중 3명 이상이 돌봄의 어려움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잇따르는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나눠 짊어질 수 있는 촘촘하고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이 절실해 보입니다.


그들의 외로운 길에 사회도 동행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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