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는 덕후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언론사의 ‘밀덕’들이 만드는 ‘밀덕’ 콘텐츠가 인기다. ‘밀리터리 덕후’의 줄임말인 밀덕은 군 전문가나 군사 전략, 무기 애호가를 뜻한다. 일반 대중에게 한없이 낯선 군사 이슈가 밀덕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의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는’ 구독자가 106만 명을 넘는다. 거의 매일 1~2편씩 업로드되는 영상의 조회수는 기본 몇십만 회 이상이다. 언론인이 운영하는 밀리터리 채널의 강자는 유용원TV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가 운영하는 이 채널은 25만 구독자를 자랑한다. 채널 개설 8년째, 누적 조회수는 2억 뷰를 넘었다.
헤럴드경제가 2020년 8월 시작한 ‘프로파일럿’은 현재 구독자 5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3년 앞서 만들어진 헤럴드경제 공식 유튜브채널(헤럴드스토리)의 구독자 수(7만7000여명)를 조만간 뛰어넘을 기세다. 예비역 공군 준장인 김보현 헤럴드 부사장을 내세워 전투기, 파일럿 관련 콘텐츠를 주로 다루다가 최신 국방 이슈로 영역을 확대하며 꾸준히 성장 중이다. 헤럴드 내부에선 ‘영상의 두 축을 경제와 국방으로 가져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감이 큰 편이다. 물론 시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프로파일럿 제작을 전담하는 김성우 기자는 “45~54세 남성이 전체 구독자 수의 70%를 차지하는데, 전문 분야를 다뤄서 그런지 내용에 더 관심이 많고 댓글 등 상호작용도 활발하다”며 “언론사의 국방 콘텐츠가 밀리터리 마니아인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요는 일찌감치 확인됐다. 여러 언론사에서 국방전문기자, 군사전문기자들이 관련 연재를 해온 것도 확실한 독자층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칭 ‘군사 덕후’에 ‘밀리터리 인사이드’를 8년째 연재하며 뉴스레터도 하고 있는 정현용 서울신문 기자가 한 예다. 그보다 일찍 밀덕의 길을 개척한 건 유용원 기자다. 30년째 국방부를 출입 중인 유 기자는 2001년부터 ‘유용원의 군사세계’ 웹사이트를 운영해왔다. 그는 웹사이트와 유튜브 외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개인 채널을 운영 중인데, 페이스북 팔로워만 해도 6만7000명이 넘는다. 유 기자는 “의외로 밀덕들이 각계각층에 많다”며 “남성들은 웬만하면 군대에 다녀오지 않나. 그래서 밀리터리 콘텐츠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낙규의 디펜스클럽’이란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동명의 기사 또한 연재 중인 양낙규 아시아경제 군사전문기자는 오는 7~8월부터 유튜브에서 군부대 체험 콘텐츠를 시작할 계획이다. 양 기자는 “군용 캠핑카를 하나 사서 전국을 다니며 140개 부대를 체험하는 콘텐츠를 준비 중”이라며 “한 달의 절반은 야전부대에 머무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군부대를 체험하고 기사 쓸 때는 글과 사진으로 했는데, 요즘 시대엔 먹히지도 않고 용어도 어려운 게 많으니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면서 “기사에 쓰는 건 디테일한 내용이 많지만, 유튜브에선 그걸 쉽게 풀어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양 기자가 굳이 체험에 나서는 건 ‘현장성’ 때문이다. “유튜브에 밀덕들이 많긴 한데, 대부분 앉아서 말로 떠들거나 기존 영상을 갖고 짜깁기 한 게 많다”는 설명이다. 유용원TV와 프로파일럿 등 언론사가 만드는 밀리터리 콘텐츠가 차별화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김성우 기자는 “큰 범주로 ‘애국심 콘텐츠’라고 하는데, 언론사가 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언론사 프레임 안에 있다 보니 팩트 위주로 취재하는 반면, 다른 개인 콘텐츠들은 자극적으로, ‘한국이랑 일본 곧 전쟁난다’ 식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며 “거짓 정보도 많다 보니 일선에서 만나는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힘들어하시는데, 공신력 있는 정보로 사명감을 갖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용원 기자도 남다른 책임감을 느낀다. 유 기자는 “말로 떠들다 보면 조회수나 구독자수를 의식해 자기도 모르게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걸 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장취재, 훈련과 세미나 중계 영상 위주로 하며 제 나름대로 선을 지켜왔다”며 “자극적이고 선동적이지 않으면서 25만 구독자까지 왔다는 데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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