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언론과 문답이 '쇼통'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는 장면은 낯설지만 신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과 12일 연이틀 용산구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주고받았다. 13일엔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실을 방문해 출입 기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한 기자가 “아침 (출근길에) 자연스러운 질의응답은 괜찮나”라고 묻자 “아 뭐 좋습니다”라고 했고, “계속 질문해도 되나”라고 하자 “해달라”고 답했다.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이 같은 건물에 배치되면서 생긴 풍경이다. 과거 청와대는 대통령이 일하는 본관과 기자실이 분리돼 있어 대통령과 취재진이 직접 대면하는 기회는 기자회견이나 간담회 같은 공식 자리 말고는 극히 드물었다. 이전 정권에서 보지 못했던 출근길 문답에 기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취임 초기에 반짝 이벤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정권마다 출범 초기 언론과 적극적 소통 행보를 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사전에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정하지 않고 진행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임기 5년 동안 8번에 그쳤다. 문 전 대통령 스스로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오미크론, 코로나 이런 상황 때문에 기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긴장 관계가 형성되면 언론은 소통보다 경계의 대상이었다. 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사들은 언론을 피했고, 민감한 현안에 입을 다물었다. 언론이 취재를 통해 밝혀낸 사실관계조차 부정하고 국정 실패의 책임을 언론에 돌렸다. 그 사이 강경세력들은 권력 입장에서 불편한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좌표를 찍어 공격했다. 물론 모든 현안을 정파적 입장에서 바라보며 저주에 가까운 사설을 싣고, 사실관계를 여기저기 뒤틀어 보도한 언론들도 적지 않았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0.73%p, 24만7000표 차이로 승리했다. 통합과 협치, 분권의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뜻을 살피고 언론의 쓴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내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정치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흠결투성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고, 대통령비서실 참모진 요직을 과도하게 검찰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첫 내각 인선에서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지적과 함께 검찰 출신 전면 배치 인사를 우려한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검찰 권력’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한탄이 벌써 나온다”거나 “검찰공화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소통은 출근길 문답과 같은 형식만 갖춰진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민감한 사안에는 입을 다물면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 곤란하다. 본질은 어떤 문답이 오가냐는 것일 테다. 기자들이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대통령이 진정성 있는 답변을 한다면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자리 잡겠지만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거나 의례적인 수준에 머문다면 ‘쇼통’(쇼+소통)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의 출근길 문답은 17일에도 이어졌다. 전날에는 국회 시정연설 후 본관 로텐더홀에 대기하던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했다.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는 당선자 시절의 약속을 실천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언론과 접촉을 정례화해 ‘쇼통’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계속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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