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식할 자유는 주어졌지만

[언론 다시보기]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

밤마다 술집이 문전성시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들은 자정이 넘도록 불야성을 이룬다. 직장인들의 일정 관리 앱에는 미뤘던 술 약속, 회식 일정이 빼곡하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다시 인원, 시간에 제한없는 회식이 가능해졌다.


업무 특성상 평소 자주 회식을 하던 주변 언론인들과 홍보실 담당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덕분에(?) 강제로 회식이 줄어들어 건강이 좋아졌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도 맘편히 밤늦게까지 술잔을 돌릴 수 있게 된 지금 상황을 짐짓 반가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회식이 기다려지는 행사는 아니다. 어떤 이에게 회식이 단순히 ‘업무의 연장’이 아니라 사무실에서보다 한층 심각한 ‘직장갑질의 장’이기에 고통스럽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서 최근 늘어난 ‘회식 갑질’ 사례를 모아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단 제목은 “회식 못해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였다. ‘회식을 강요하다 못해 회식 불참자에게 사직을 권고한 사례’부터 ‘술 억지로 먹이기’, ‘회식 자리에서의 성희롱’, ‘회식비 강제 갹출’ 등 갑질의 유형도 다양했다.


‘회식 강요 또는 배제’는 코로나 이전부터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이었다. 그런데 빗장이 풀리자마자 어찌 보면 팬데믹 전보다 더 끔찍한 회식 갑질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왜 그럴까. 단순히 상사들이 한동안 ‘참아왔던’ 공식 술자리이기에 평소보다 더 강하게 칼퇴근을 막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갑질이 발생하는 경계에는 코로나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상사와 지난 2년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연스럽게 변화된 ‘퇴근 후 조직문화’를 체화한 이들 사이의 큰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개인 사정이 있더라도 누구나 예외없이 참석하여야 하는 정기회식’, ‘술을 못 마셔도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술을 억지로 마셔야 하는 회식’, ‘하급자가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는 회식’, ‘2차 노래방은 반드시 가야 하는 회식’은 여전히 만연했을 것이다.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지난 2년간 잦은 회식문화로부터 거리를 두었던 많은 직장인들은 한편으로 안도하면서 또 한편으로 아예 이 기회에 직장의 회식 문화가 확 달라지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언론인들은 타 업종의 직장인들보다 술 마실 기회가 빈번하다. 술자리에 앉자마자 폭탄주를 돌리거나 유흥업소를 가는 일도 흔하다. 그렇다 보니 회식 갑질 또는 성희롱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직장갑질119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평등하고 안전한 직장생활을 위한 ‘회식 5계명’으로 △회식 강요·회식 배제는 직장 내 괴롭힘 △술 따르기·끼워 앉히기는 직장 내 성희롱 △음주·노래방 강요 금지 △고기 굽기 등 상사 솔선수범 △술자리 불편한 직원 살피기 등을 제안했다.


지금 직장에서 술잔을 부딪치는 이들이 있다면 혹시 선을 넘어선 갑질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되었지만 동료간에 최소한의 인권을 존중하는 거리두기는 여전히 유지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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