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터에 '오세훈 후보' 현수막… 서울신문 "전례 따른 것"

[오 후보, 건물 11층 선거캠프 차려]
서울신문 "선거법·과거 사례 따라"
코바코·언론재단, 현수막 반대 입장

2010·2011년도 선거 현수막 걸려
당시 서울신문 구성원들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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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옥이자 언론단체들이 자리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건물 외벽에 서울시장 후보 선거현수막이 내걸렸다. 한국언론을 상징하는 공간이 정치적으로 비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현수막 게시를 결정한 서울신문은 “선거법과 전례를 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6·1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17일 현재 프레스센터 벽면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 후보가 프레스센터 11층에 선거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다. 고광헌 전 서울신문 사장과 김기만 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이 공동대표를 맡아 지난달 창립한 바른언론실천연대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어 “서울신문사는 오세훈 후보와의 선거사무소 임대계약을 즉각 취소하라. 프레스센터 벽면에 걸린 선거광고물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부 벽면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신문 사옥이자 한국언론을 상징하는 공간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달아 기자


프레스센터에는 서울신문과 한국언론진흥재단, 코바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를 포함한 언론단체 10여곳, 지역언론사 등이 입주해 있다. 서울신문이 지상 11층까지 소유하며 운영하고, 지상 12층부터 20층까지는 코바코 소유지만 언론재단이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오 후보 캠프는 11층을 소유·운영하는 서울신문과 계약을 맺고 해당 층에 입주했다.


바른언론실천연대는 성명에서 “언론단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프레스센터를 자신의 선거 홍보수단으로 악용하는 오 후보의 몰상식한 행위는 그의 삐뚤어진 언론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프레스센터는 전 언론인이 정신적으로 공동 향유하는 공간이다. 특정 정당의 시장 후보에게 선거사무실을 내주고 대형 광고물까지 프레스센터 벽을 도배하게 하는 것은 한국 언론계와 언론인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종현 서울신문 사업개발부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도 프레스센터에 선거사무소가 입주했던 적이 3번 있다.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 측만 입주 요청을 해왔는데, 여러 번의 전례가 있으니 거부할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숙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가 프레스센터에 선거캠프를 차렸었다. 이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도 프레스센터에 선거운동본부를 마련한 바 있다.


서울신문은 이번에 오 후보 측과 입주 계약을 맺은 후, 프레스센터 공동 소유·관리 주체인 코바코와 언론재단에 공문을 보내 선거현수막 외부 게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언론재단과 코바코는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신문이 관리하고, 오 후보 선거캠프가 있는 11층 아래로 현수막이 붙었다. 김종현 부장은 “선거법상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에만 선거현수막을 붙일 수 있다. 저희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이미 입주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현수막을 걸 수밖에 없었다”며 “캠프 쪽에도 최대한 작은 크기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설명처럼, 선거사무소가 프레스센터에 들어선 건 그런 전례가 있어서다. 하지만 10년 전 프레스센터에 처음 선거현수막이 걸렸을 때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반발했다. 사내 실명 게시판에는 ‘선거현수막을 내려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당시 한 구성원은 “언론사가 소유한 건물에 특정 후보의 현수막이 붙는 것은 부적절하다. 마치 우리 신문이 그 후보와 관련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때와 달리 지금 서울신문 내부는 조용하다. 서울신문의 한 중견 기자는 “2010~2011년 당시 내부에서 특정 후보의 선거사무소 입주와 현수막 게시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아 다시는 그러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또 반복됐다”며 “저처럼 그때를 겪은 선배들이나 겪지 않은 후배들 모두 아무 말이 없다. 이제 실명으로 회사를 비판할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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