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1층에 국민소통관… 가까워진 거리만큼 소통 늘릴까

지난 주말에야 기자실 운영일 통지, 아직 간사도 안 뽑혀
출입기자 신청 받으며 '재산·가족관계' 요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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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10일 임기를 시작하며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역시 분주해졌다. 급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운영 시점이 불분명하던 구 용산 국방부 청사 1층 ‘대통령실 프레스센터(국민소통관)’가 이날 오전 문을 열었다. 많은 출입기자가 바뀌며 장소와 사람 모두 아직은 낯선 분위기지만 일은 시작된 형국이다. 당장 윤석열 정부는 어떤 형식과 내용의 소통으로 기자들에게 다가갈지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신구(新舊) 대통령실 출입기자, 인수위원회 취재기자들에게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출입기자 신원조회서’ 논란, 과도한 (심기)경호, 소통에 대한 고민과 디테일 부족 등 그간 행보가 근거다.

윤석열 정부가 10일 임기를 시작했다. 사진은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되는 서울 용산 구 국방부 청사의 모습. 1층엔 기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던 춘추관 역할을 대신하는 ‘국민소통관’이 자리한다. /뉴시스


10일 오전 ‘국민소통관’이 운영에 들어갔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으로 기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더 이상 춘추관이 아니라 구 국방부 청사 1층에서 일하는 ‘국민소통관 출입기자’가 됐다. 프레스센터는 기자회견장, 제 1·2·3기자실(펜기자실), 사진기자실, 영상기자실 등으로 구성된다. 갑작스레 리모델링이 진행되며 인수위 대변인실은 지난 6일까지만 해도 “(기자실 운영은) 내부적으로 확실하게 일자가 없고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주말 새 기자들에게 운영일을 통지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10일 오전 8시 별관 앞에서 임시 출입증을 배부 받고 보안절차를 거쳐 기자실로 들어갔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여러 언론사가 인사를 새로 내면서 출입기자 얼굴이 대폭 바뀌었다. 기자단 간사도 새로 뽑지 않은 만큼 여러모로 낯선 분위기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A씨는 “급하게 이동이 되다보니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 들어온 느낌은 든다”면서 “인터넷만 되면 기사 쓰는 덴 큰 문제가 없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맞춰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민소통이나 창구로서 언론역할을 강조해온 만큼 어떻게 실현해 나가는지 출입기자 입장에서 계속 살피고 언론으로서 견제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새 정부 맛보기’를 경험한 인수위 취재 기자들에게선 쓴소리가 나온다. 공간 마련 이상의 소통 고민이 부족했고 공보단의 심기경호가 심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내부, 사무실 밖 천막, 삼청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등 기자실 3곳을 오가며 인수위를 지켜봤고 인수위 해체로 현재 대부분이 타 부서나 기존 팀으로 인사가 난 상태다.


인수위 취재기자 B씨는 “기자들은 천막을 ‘게르’라고 불렀는데 공간을 마련해주긴 했지만 실제 취재환경을 갖춰주는 고민은 부족했다”며 “건물 화장실을 못 쓰게 해서 인근 통의동 파출소에 ‘인수위 기잡니다’ 얘기하고 쓰든가, 고궁박물관 공공화장실을 써야했다. 우스갯소리로 ‘게르 갈 땐 커피 잘 안 마신다’던 기자가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게 갖춰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후보 시절부터 질문과 해명 기회를 막는 등 공보단의 심기경호가 심했다. ‘쇼맨십’보다 어떤 질문에도 언제든 답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대통령과 대면해 현안과 여론에 쓴소릴 할 사람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C씨도 “춘추관보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보니 대통령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직접 생각을 전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경호가 세다. 쳐다보거나 접근만 해도 난리가 난다. 실제 지역에선 갑자기 덤벼든 사람이 엎어치기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식이면 소통하기 위해 용산에 간다는 취지는 살리기 어려워 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 출입기자 신청을 받으면서 기자의 재산, 취재원, 세부 가족관계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인수위는 ‘언론 길들이기’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실무진의 착오”란 입장과 약식 신원진술서 양식을 공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파장은 작지 않았다. 이번에 출입 신청을 한 매체 D기자는 “집무실 이전이 되면서 경호나 보안을 엄격하게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데 동감한다. 하지만 재산이나 채무, 특히 친교인물은 취재원을 밝히라는 건데 과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도가 없었더라도 이는 언론과 기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부족, 미숙함을 방증하며 향후 기자들과 소통에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날 수 있는 지점이다.


떠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소통과 관련해 제언을 남겼다. 이들은 ‘개인 짐을 빼고 구내식당 이용금액 차액을 받아가라’는 공지, ‘9일까지만 춘추관이 운영된다’는 안내를 받고 상당 기간 해산 분위기를 겪은 터다. 지난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연설, 늦어도 10일 경남 양산 사저 이동까지 챙기는 것으로 대부분 역할을 마무리하고 타 부서로 발령이 난 경우가 많다. 전 청와대 출입기자 E씨는 “사실 소통은 공간 문제가 아니라 의지 문제라 본다. 용산 이전이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와 공감능력에 달린 문제”라면서 “문 정부 언론소통이 활발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소통은 당연히 기대한다”고 했다. 전 청와대 출입기자 F씨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했을 때야 ‘관계자’로 나갈 수 있다고 보지만 질의응답마저 관계자로 나가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도 노력해야 하지만 대변인, 소통수석 등도 실명 브리핑을 하고, 기자들도 이를 요구했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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