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김지하 시인을 10년 전 취재현장에서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저는 당시 인턴 6개월 차에 접어든 사회초년생이었습니다. 국어 교과서와 수능 언어영역 지문으로만 접하던 시인을 직접 만나다니, 부푼 마음으로 취재현장에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를 만난 현장은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라는 보수단체에서 주최한 시국 강연회였습니다. “조국의 위기가 나를 불렀다”며 공개 석상에 나온 그는 직접 쓴 강연문을 읽어 내려가며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를 공개 지지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이 민주 사회에서 대통령 되는 게 이상해요?”, “나는 박정희 정치에 대해 다 넘어 섰습니다. 이미 독방에서요. 뭐가 문제인가요?”라는 그의 발언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김지하 시인은 70년대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강렬하게 열망하는 ‘타는 목마름으로’,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신랄하게 비판한 풍자시 ‘오적’을 내놓았던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을 지지하다니. 진영논리를 떠나 한 사람의 사상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뀔 수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에게는 결국 변절자라는 꼬리표가 달라붙게 됩니다. 그의 삶이 아이러니하게 흘러갔지만 어쨌든, 사람은 가고 글은 남습니다. 그의 시를 다시 되뇌어 봅니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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