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미디어 정책 '규제 풀고 책임은 강화' 방점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 폐지… 이사회 개편 등 지배구조 개선도 약속
디지털은 '포털 뉴스 개편'… 방송사 소유제한 규정 완화할 지 주목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10일 공식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대 대통령 취임식은 ‘소통’을 콘셉트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입구에서 취임식 단상까지 약 180m를 걸어서 이동하며 참석자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취임 전부터 소통을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불통’ 비판을 받아온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집무실을 서울 용산 옛 국방부 청사로 옮겨 국정 업무를 시작했다.
앞으로 5년간 윤석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취임을 앞둔 지난 3일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새 정부의 청사진과 국정철학이 담겼다. 이 가운데 언론·미디어 관련 과제는 크게 3가지다. 110가지 중 6번째로 언급된 ‘미디어의 공정성·공공성 확립 및 국민의 신뢰 회복’, 27번째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 59번째로 나온 ‘국민과 동행하는 디지털·미디어 세상’ 등이다.
언론·미디어 국정과제의 세부안을 살펴보면 관련 규제나 기준을 완화하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공영방송의 경우 재허가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담았다. 방송평가에 ESG 성과를 반영하는 등 ‘이행 약속→실적 평가→성과 피드백’ 3단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언론계가 요구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이사회 개편 등 지배구조 개선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아니라 국민의 기준으로, 공영방송이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KBS와 EBS가 지원받는 국민 수신료를 다른 재원과 명확하게 구분해 회계처리하고, 수신료 사용 계획과 집행 내역을 공개할 방침이다.
디지털 미디어 부문에선 포털 뉴스 서비스 개편을 골자로 정책 방향이 짜였다. 새 정부는 포털 중심의 언론 생태계가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지만, 포털이 막강한 권력이 되어 대한민국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비판적인 인식에서 포털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봤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포털에서 뉴스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사실상 정부가 제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 중심으로 가칭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구성해 법적기구로 세우고, 이를 포털 내부에 설치하는 안이다. 법으로 위원회의 인적 구성, 자격 요건, 업무 등을 규정하면서 뉴스 배열과 노출에 대한 알고리즘 기준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 심사를 전담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개편 방침도 밝혔다. 비공개로 운영돼온 제평위 회의의 속기록 작성을 의무화해 공개하고, 현재 15개 단체가 2명씩 추천하는 제평위원의 자격 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포털 뉴스에서 언론사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도입이나 향후 검토하겠다고 밝힌 포털의 편집권 폐지는 뉴스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특히 아웃링크와 포털 편집권 폐지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어서 실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규제 혁신을 외쳐왔다. 이같은 기조는 미디어 분야에도 적용된다. 방송산업 전반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개선해 성장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3~5년 단위인 지상파·종편의 허가·승인 기간 단축, 허가·승인 조건 완화 등이 대상이다.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의 10%, 종편·보도채널의 지분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방송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소유 제한을 완화하면 당장 SBS의 대주주인 태영, UBC울산방송 대주주인 삼라 등이 혜택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는 새로 설치할 미디어혁신위원회(혁신위)를 통해 언론·미디어 과제를 더욱 구체화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미디어 관계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함께 미디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로선 정부 출범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혁신위를 설치하는지, 어떤 인사들이 참여하는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언론 현장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얼마나 진정성 있는 논의를 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언론·미디어 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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