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공영방송운영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법안으로 발의했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구현하기 위해선 각 방송사의 독립적·자율적 운영이 보장돼야 한다며, KBS와 MBC, EBS 이사회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반영한 25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회로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 171명 전원이 이름을 올린 방송통신위원회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교육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KBS와 MBC, EBS는 이사회를 대신해 특정 성이 70%를 초과하지 않는 25명의 운영위원을 임명하게 된다. 운영위원 25명의 추천 권한은 △국회(8명-교섭단체 7명, 비교섭단체 1명)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3명) △시청자위원회(3명) △한국방송협회(2명) △종사자 대표(2명) △방송기자연합회(1명) △한국PD연합회(1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1명)가 갖는다. 여기에 KBS와 MBC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 4명을, EBS의 경우 교육부에서 선정한 교육 관련 단체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2명씩을 추천하도록 했다.
임명된 운영위원들은 기존 이사회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권을 갖는다. 신설되는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 설치와 운영’ 조항에 따라 시청자평가위원회가 복수의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재적 운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이를 의결할 수 있다. 또 임명제청이 2회 이상 부결되는 경우엔 별도의 공론조사 방식을 통해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을 하도록 했다.
언론단체 및 공영방송 노조들은 법안 내용의 미진함을 아쉬워했지만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됐다며, 법안의 즉각 처리를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이번 개정안은 이상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거리가 있다”면서도 “정치권 몫을 1/3 이하로 축소하고 학계, 시청자위원회, 지방의회 및 방송 관련 단체 추천이 포함된 것은 양당독식 관행을 완화하고,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대안이라 평가할 수 있다. 곧바로 관련 상임위에 법안을 상정해 4월 안에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이번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 마지막 기회”라며 국회의 응답을 촉구했다.
다만 언론단체들이 처리 시한으로 못 박았던 4월은 이미 지나갔다. 그동안 국회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이제는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진행 중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논의는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려, 처리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언론현업6단체는 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시 한 번 법안의 즉각 처리를 촉구하기로 했다.
한편 EBS 구성원들은 교육방송법 개정안에 독소 조항이 있다며, 민주당에 즉각 수정을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 자체가 정치적 후견주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EBS 사장 임명 주체를 방통위원장으로 규정하는 건 “법안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종풍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개정안의 취지가 정치적 개입을 막겠다는 것인데, 방통위원장이 사장을 임명하도록 하는 건 개악”이라며 “방통위 임명 구조 탈피가 EBS 지배구조 개선의 대전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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