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포털 뉴스 서비스의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뉴스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포털을 규제해 건전한 언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언론개혁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도 포털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야 모두 포털 뉴스를 손보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머지않은 시간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정책과 법안에 직접 영향을 받는 언론사들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만들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성중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는 지난 2일 미디어분야 국정과제로 ‘포털 뉴스 서비스의 신뢰성과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세부 정책 방안으로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제휴 전담 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회의 공개 △제평위원 자격 기준을 법으로 규정 △아웃링크(언론사 페이지로 연결) 단계적 추진 △아웃링크 도입 후 문제가 계속되면 포털의 뉴스 편집권 폐지 검토 등을 제시했다.
이날 인수위 브리핑에선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포털 중심의 언론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박성중 간사는 “포털은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고 뉴스 배열 등 사실상의 편집권을 행사해 대한민국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며 “언론 위의 언론으로 군림하는 막강한 권력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박 간사는 “포털이 확증편향과 가짜뉴스의 숙주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검증하겠다”며 “포털이 본연의 기능인 뉴스 매개자 역할을 충실히 해 뉴스 생태계가 건전하고 공정하게 조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사 사이트로 이용자 오게 해... 사용성 낮으면 독자 더 잃을 수도
이러한 인식은 포털을 향한 언론계의 비판과 동일선에 있다. 특히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제평위의 투명성을 높이고, 뉴스 유통 방식을 아웃링크로 전환해 포털이라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새 정부 정책안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웃링크 적용엔 양면이 존재한다. 아웃링크는 뉴스 이용자들을 언론사 사이트로 바로 오게 해 조회수를 높이고 충성 독자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사용성이 떨어지는 페이지는 오히려 독자를 잃게 한다. 팝업이나 배너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어 기사를 가리거나 구동 속도가 느린 사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웃링크 전환은 당장 언론사들의 수익 감소로도 이어진다. 네이버는 지난 2018년 제휴 언론사들에 아웃링크 전환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면서 ‘전재료는 네이버 뉴스 페이지 내 광고수익 등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에 아웃링크 전환 시 수익 배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는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서 뉴스를 유통하는(인링크) 콘텐츠제휴사들에 매년 각 수억~수십억원의 광고 수익을 지급하고 있다. 아웃링크를 적용하면 이 재원은 사라진다.
자체 투자 가능한 매체엔 희소식, 중소 언론사는 수익 고민 커질 듯
인수위는 아웃링크 전환을 긴 호흡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웃링크 도입으로 이용자 불편이나 일부 언론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가 넘쳐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이 아웃링크 의무화 등 ‘포털의 준수 사항’을 명시해 지난달 27일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법안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아직 발의 단계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이어서 예상보다 빨리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언론사들이 아웃링크 전환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자체 사이트 강화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대형 언론사와 그러지 못하는 중소형 언론사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네이버 콘텐츠제휴사인 한 일간신문의 디지털부서 팀장은 “민주당의 법안 발의에 이어 인수위 브리핑에서 가장 와 닿는 건 아웃링크 적용이다. 광고 수익도 문제지만 독자가 아웃링크로 우리 사이트에 들어와서 계속 있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크다”며 “갈수록 네이버에서 뉴스 비중이 줄고 쇼핑판이 커지는 상황이라 이참에 네이버가 뉴스를 아예 빼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제 진짜 못 버티고 없어지는 언론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안과 인수위 정책안은 제평위의 역할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인수위는 제평위의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제평위의 핵심 역할인 뉴스 제휴 심사 자체를 무력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의 망법 개정안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언론사)는 누구든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포털)에 뉴스를 공급할 수 있고, 포털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은 제평위를 통한 입점 심사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김주성 한국일보 디지털전략부장은 “민주당의 망법 개정안은 그동안 포털 핑계를 대면서 자정 없이 언론 환경을 악화시켜온 이들의 주장과 다를 게 없다. 언론의 자정 노력을 막아버리고 오히려 언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실제 뉴스 소비자들과 환경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포털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편의주의적으로 대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근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실장도 “뉴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입장에서, 포털 입점을 오픈한다면 포털 뉴스 시장 자체가 걷잡을 수 없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 본다”며 “기성언론에 유튜버, 1인 미디어까지 모두 들어와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결국 자극적이고 정치 편향적인 기사로 팬덤을 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와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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