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매장 폐쇄인가?

[언론 다시보기]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신문이라는 재래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많이 얻으면, 신문은 강력한 여론 영향력을 얻었고, 공장도 새로 짓고 직원들 자녀 학자금도 넉넉히 줄 수 있었다. 한때 그랬다. 디지털 시장에서 신문은 재래시장에서 얻었던 영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영향력을 얻으려면 차라리 유튜버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장에서는 포털이라는 플랫폼이 규칙을 정한다. 신문이 직접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오더라도 고객들은 울긋불긋 남 보기 민망한 세움 간판에 낚시하듯 현혹하는 줄 광고에 질려서 다시 오지 않는다.


신문은 혹시 모를 뜨내기손님이 ‘내 이름’을 불러줄지도 몰라서 포털이 내주는 검색이라는 문간방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신문이 문간방을 하나 얻더라도 관리자의 친절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허튼 호객행위를 했다가는 즉시 퇴출이다. 그래도 문간방에서 형편이 나아지면, 포털이 만들어놓은 대형매장에 스탠드라는 매대를 하나씩 얻는다. 스탠드는 검색이라는 문간방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구석에 비슷한 상품들끼리 묶여있는 상태라서 고객 눈에 띄기가 녹록지 않다. 그래서 모든 임직원이 포털 눈치를 보며 포털이 내준 매대를 아름답게 꾸민다. 여기서 성공하면 드디어 포털이라는 대형매장에서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자기 상표를 살짝 가린 채 매일같이 수백 건의 기사를 밀어 넣을 수 있다. 여기서도 ‘주목’이라는 경쟁을 한다. 먼저 눈에 띄어서 많이 팔아야 수익을 배분받는다. 싫으면, 다시 인터넷 길목에 좌판을 열면 된다. 물론 손님은 없다.


포털의 횡포에 대한 울분에서 신문을 비롯한 언론사들은 공정을 외치기도 했다. 그럴 바에야 콘텐츠제휴 하지 않고 모두 아웃링크로 연결해 달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당장 포털이라는 플랫폼 매장문을 닫고, 대형매장 찾아온 손님에게 재래시장 안내나 하라는 건 아니었다. 포털이라는 대형매장에 익숙한 손님들이 그곳에서 신문을 구하지 못하면 재래시장으로 가지 않기 때문이다. 쓰기 편하면 포기하기도 어렵다. 국내 포털을 규제하면 손님들은 다른 대형매장을 찾을 것이다. 국내 포털을 대체할 대형매장은 지구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고, 신문을 대체할 상품도 널려있다. 그래서 대안은 무엇인가?


포털개혁 입법을 위한 국회 논의에서 여야의 견해 차이는 거의 없다. 포털생태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포털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뉴스생태계에서 포털개혁의 주체는 포털과 언론사이어야 한다. 서로 공정한 입점과 퇴출 조건을 합의하고, 허위정보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걸러내는 규칙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포털이 인링크를 포기하고 아웃링크만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포털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 당장 언론이 같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이용자는 포털에서 수백 개의 언론사가 제공하는 양질의 정보를 한눈에 찾아서 소비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사별로 같은 수준의 뉴스를 제공하려면, 취재인력과 기술기반, 마케팅조직까지 갖춰야 한다. 당장은 어렵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플랫폼 횡포 방지는 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지, 매장문을 걸어 잠그는 조치는 아니다. 협치 과정에서 정치의 역할은 중재자여야 한다. 매장철거는 이해관계자에게 맡길 영역이다. 섣부른 규제는 이용자와 언론사만 피해를 볼 뿐, 뒤돌아서서 웃는 건 포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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