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문 영남일보 교육전문기자가 대학 담당을 맡은 2015년은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로 대학 혁신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던 시기였다. 모든 분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국 사회 구조 상 지역 대학에선 이 위기감이 더욱 컸다. 30년 가까이 기자 일을 하며 대구 지역 대학의 경쟁력에 관심에 두고 있던 그는 지역 대학들이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바깥에 나가 비교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지난 2018년 10월 일본을 시작으로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 4개 국가의 15개 대학을 찾았다. 지난달 15일 발간한 ‘세계 명문대학은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는 그가 13개월간 해외 대학 현장을 취재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대학 혁신을 주제로 해외의 수많은 대학 교육 정책과 사례를 정리한 기록은 국내에선 좀처럼 없던 시도이기도 하다. 박 기자는 대학 혁신에 나서고 있는 해외 대학 15곳과 연구소, 직업훈련학교, 교육 당국 등에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취재였다. 국내에선 해외 대학들과 교육 정책에 대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 그 나라의 교육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학 장기발전 계획 등 기초적인 자료를 수집해가며 취재를 이어나갔다. 인터뷰 대상 선정, 일정 조율 등 한 나라마다 취재 준비에만 한 달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박 기자는 이번 취재 과정에 대해 “외국의 대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윤곽이 잡히고, 우리는 어느 정도 와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일본 슈도대 총장,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총장, 이스라엘 히브리대 총장 등 각 나라마다 한 대학 정도는 총장들을 직접 인터뷰할 수 있었다”며 “처음엔 지역 신문 기자의 취재에 응해줄까 우려도 했지만, 대학 대부분 한국 대학과의 교류를 희망할 정도로 이해와 관심이 높았고, 한국 신문 기자를 상대로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라고 해 뿌듯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대구·경북 지역의 색깔과 닮아있는 대학들에 주목했다. 대구광역시에 접한 경북 경산은 대구에 있던 대학 대부분이 이곳으로 캠퍼스를 옮겨 대학만 10개 넘게 있는 대학도시다. 박 기자는 일본 교토, 독일 남부 바이에른, 미국 뉴잉글랜드 등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이 살아있고, 대구·경북처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대학촌이 형성돼 있는 도시의 대학들을 기준으로 삼아 취재에 나섰다. 취재를 통해 그는 일본 지역 대학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학령인구 감소를 겪으며 상당한 위기감을 겪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대학에 비해 학문 간 칸막이가 여전하고, 학과 이기주의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대학의 현실을 여실히 느끼기도 했다. 그가 “우리나라 사정과 나라별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당부하면서도 “소개한 나라들의 대학 경쟁력만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보다 재정이 더 투입돼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 안주해선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밝힌 이유다.
“해외에선 국가나 주 정부에서 재정을 많이 투입하면서 대학이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게 전체적인 흐름이에요. 우리나라에선 대학 자체적으로 학과 칸막이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기업 중심으로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게 아쉽죠.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이공계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외국 대학은 오히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기술 발전은 의미가 없다며 융합 연구가 활발한 점도 달랐어요.”
박 기자는 앞으로 지역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 간의 협력 관계에 주목할 생각이다. “지역 대학의 위기를 국가와 교육부에만 맡겨둘 순 없잖아요. 지역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대학 발전과 지역 발전을 같이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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