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꿀벌에 기생하는 해충, 산업농 확산, 살충제 사용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결국 인간이 촉발한 측면이 크다. 식량자원 대부분을 수정하는 벌이 없어지면 식량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벌의 실종에서 연쇄종말의 시작을 보는 시선도 납득이 된다. 이런 얘길 들을 때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 어쩌면 ‘달콤한 나의 도시양봉’은 그 답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일지 모르겠다.
2020년 6월 나온 구간(舊刊)은 저자가 2년 동안 서울 한복판에서 벌을 치며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은 결과물이다. 사회부 경찰 기자 시기 지면을 채울 기사거리를 고민하다 서울시 남산별관 옥상에서 열린 양봉 수업을 취재했고 “웅웅웅웅” 긴장과 공포의 벌소리로 기억된 첫 만남 후 벌과 눈이 맞았다. 그렇게 이듬해인 2016년 서울 은평차고지 인근 양봉장에서, 다음해엔 서울 동대문 이비스버젯앰배서더호텔 옥상에서 양봉을 배우고 벌통을 관리했다.
이 ‘양봉 에세이’는 벌의 세계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벌에 대해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되고 침이 있고 꿀을 만든다’는 정도를 알던 이가 공부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벌의 구조와 생애, 계절별 벌통 관리, 꿀 종류 등을 알게 된다. 사계절에 따라 양봉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꼼꼼한 정리를 읽다가 알려고 하지 않았던 벌을 자연스레 알게 되는 식이다. 참고로 여왕벌이 낳은 무정란은 수벌이 된다. 유정란을 로열 젤리를 먹여 키우면 여왕벌이 되고 일반 꿀을 더 많이 먹여 키우면 일벌이 된다. 벌은 눈이 나빠 향기로 꽃을 알아차리고, 조경용으로 심는 팬지는 잘 찾지 않는 꽃이다. 도시양봉으로 얻은 꿀은 나쁜 성분이 농축됐을 것 같지만 저자는 서울에서도 멀쩡한 꿀을 잘 얻었다.
무엇보다 강점은 아마추어 양봉가라서 가능한 감정의 공유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양봉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벌이 우주에서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목표를 밝힌다. 그 어떤 양봉 전문서도 직접 얻은 꿀을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고 얻는 보람, 부서 회식 자리에 가져가 허니비어를 만들고 받는 칭찬 같은 경험을 전하진 못한다.
벌과 함께 한 경험은 공유될만한 일인가. 굳이 우리가 벌을 알아야 할까. 분명한 점은 책을 읽고 나면 벌이 달리 보이고 양봉을 해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한겨레에서 환경 관련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로 활약 중인 저자의 궁극적인 바람은 이해를 통한 어떤 계기의 제공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백하건대 도시 하늘에 벌이 날아다닐 거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 키울 곳을 찾아 빌딩 옥상을 헤매며 인간과 벌의 공존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이 ‘벌’들과 ‘벌을 치는 사람’들 밖에 우리가 있다. 벌의 실종이란 큰 위기 앞 비상 국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과나무를 심는 대신 벌을 치는 선택지도 떠올려봄직하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