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공영방송운영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법안으로 발의한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교육방송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완성했고, 원내대표실의 검토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기존 설명과 달리 행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시청자 참여는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언론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운영위원회의 추천 방식을 소개했다. 미디어 분야의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반영해 국회에서 6명, 정부에서 2명, 광역단체장협의회에서 4명, 미디어·방송 관련 학회에서 5명, 방송 관련 직능단체에서 8명을 추천해 총 25명으로 운영위원회를 꾸린다는 내용이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홍익표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다만 개정안에선 추천권에 일부 조정이 이뤄졌다. 행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정부 몫을 없애고 국회 추천이 8명으로 늘어났다. 이 8명은 의석 수 비율에 따라 교섭단체 7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나뉘었는데, 현재 구도대로라면 민주당에서 4명, 국민의힘에서 3명, 정의당에서 1명을 추천하는 구조다. 지역 추천도 광역단체장협의회가 아니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추천으로 바뀌었다. 지역 주민들의 민의 전달을 위해 단체장이 아닌 지방의회에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다만 EBS는 이 몫을 교육 관련단체(2명)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2명)에 분배해 교육방송으로서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학회와 직능단체 추천 몫도 대폭 조정됐다. 학회 추천은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었고, 대신 각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 3명의 추천권을 줘, 시청자 참여를 보장토록 했다. 직능단체 몫은 이에 따라 1명이 줄어든 7명이 됐고, 한국방송협회와 각 방송사의 종사자 대표가 2명씩,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1명씩 추천하는 구조가 됐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1일 민주당이 언론 현업단체로부터 청취한 의견이 대폭 반영돼 만들어졌다.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 6단체는 이날 고 이용마 기자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25명의 공영방송운영위원회 선출 시 시청자 참여를 고려하고, 전문성과 다양성 역시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오는 5월30일 국회 원구성이 변경되기 전,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는 법률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날 국회 언론특위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논의를 거쳐 신속히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은 발의 일정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언론단체들은 법안 발의 후엔 릴레이 성명을 내는 등 법안 처리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