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13년 만에 방송강령과 윤리강령, 프로그램 제작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했다. 그동안 사회 보편적인 가치관과 시청자의 눈높이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공영방송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해 개정에 나선 것이다.
MBC 노사는 지난 8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공정방송을 구현할 방송강령, 윤리강령 및 프로그램 제작가이드라인 전면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번 개정을 통해 MBC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시대에 뒤처진 문구 및 표현은 수정 또는 삭제하고, △차별 금지 △인격권 존중 △투명성 강조 등 새로운 사회적 책임 관련 조항을 다수 추가했다. 또 스포츠와 디지털 등 제작부서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제작 과정의 단계별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도 정비했다.
먼저 방송강령은 기본 틀을 유지하되 국민이 MBC의 주인임을 명심하고, 국민의 눈과 귀와 목소리가 되기 위해 MBC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편성의 독립과 제작의 자율에 대한 강령을 상향 조정했다. 또 글로벌 미디어로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은 조항을 신설했다.
윤리강령에선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공정한 직무 수행을 위해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명확히 했다. 또 건강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 방지를 신설하고, 2차 피해 보호 조치 등을 구체화했다. 의사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견해의 다양성을 존중해 이를 조화롭게 아우를 수 있는 ‘소셜미디어 사용’ 규정 역시 마련했다. ‘소셜미디어는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글을 게시할 때는 스스로 MBC 구성원임을 자각해야 한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비밀이나 동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다.
프로그램 제작가이드라인은 일반준칙과 각 제작 부서별 세부 제작 준칙의 구조로 재편됐다. 일반준칙은 기존 18개 대상으로 나뉘었던 항목을 사회의 가치관 변화와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재정립했다. △차별 금지 및 소수자 보호 △생명, 자연, 환경 △혐오 표현 △디지털 콘텐츠 조항이 신설됐고, 도전과 창의성을 구현할 디지털 콘텐츠 제작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실무자 권리 보장 위해 '거부권' 신설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도 기자와 PD 등 실무자의 자율성을 담보하고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실무자가 제작 전 과정의 일차적 책임과 권한을 가졌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는 한편 실질적 권리 보장을 위한 장치로 거부권을 신설했다. 그동안 지시 불이행이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실무자를 징계하는 일을 절차적으로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또 ‘이견 조정 절차’를 마련해 결과물을 놓고 실무자와 관리자간 의견이 상충할 경우, 보도 책임자인 국장에게 보고해 조정 절차를 밟도록 했다. 만약 국장의 조정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운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엔 담당자 등이 편집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고, 이 논의 내용은 기록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번 전면 개정은 지난해 7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편성위원회에서 ‘시사 보도 프로그램 제작 준칙’ 개정을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노사는 8개월간 협의를 거쳐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번 개정안을 서울 본사에 우선 적용하며, 이후 각 지역 지부들과 협의를 통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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