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와 함께하는 대선 정책 ‘나의 선거, 나의 공약’>은 선거의 주인공이 대선 후보자들이 아니라 시민 유권자들이라는, 평소 외면받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공론화하기 위한 ‘공공 저널리즘’적 시도였다.
유권자 참여형 대선 정책 기획을 해보자며 특별취재팀을 꾸린 게 지난해 10월이었다. 이후 △기후위기 △주거 △플랫폼 산업 △성평등 △돌봄 복지 △지역균형 등 6가지 정책 의제를 정하고, 138명의 시민 유권자를 섭외해 심층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이들의 발언 전문을 모았더니 200자 원고지로 6335장이 나왔다. 출판계에선 요즘 원고 600~800장으로 책 한 권을 묶어 낸다니까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책 8~10권 분량의 정책 요구를 쏟아낸 셈이다.
유권자들의 삶은 피폐했고, 척박했으며, 억눌려 있었다. 동해의 한 어민은 기후위기로 올라간 수온 때문인지 문어 어획량이 5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고 했다. 한 무주택자는 신혼희망타운 분양가 마련을 위해서 허리띠를 졸라맨 채 살고 있었다. 한 배달 노동자는 4년 동안 피해자로서만 9차례나 오토바이 사고가 났는데 그때마다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한 자영업자는 배달 플랫폼의 “사채보다 더 나쁜” 수수료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한 여성은 페미니즘 얘기를 했다는 이유로 온갖 괴롭힘을 당한 뒤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게까지 잘못한 일인가 싶어 힘들었다”고 한탄했다. 고관절이 망가진 79살 어머니 간병 비용으로만 2000만원 이상 쓴 51살 딸은 최근 요양병원에 보낸 어머니의 황망한 사망 소식을 알려오기도 했다. 그는 슬픔 속에서도 ‘제발 엄마 같은 중증 병자들을 위한 간병 정책이 잘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질곡 속에서 살아가는 저 삶의 목소리들이 다시 떠올랐다. 정치가 정파와 진영의 승패를 넘어서, 오로지 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한겨레 기자들은 계속 감시할 예정이다. 그것이 목소리를 내어준 시민들의 용기에 응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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