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하루에 20~30만 명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던 지난 3월 지역일간지 A 기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후 이틀간은 인후통, 편도염, 발열 등의 증상으로 크게 고생하다 격리 4일째 재택근무로 업무에 복귀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였지만, 그동안 워낙 아팠던 탓에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A 기자가 일에 나선 건 무급으로 연차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부담감과 구성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A 기자는 “당시는 코로나 확진이 되면 유급 휴직이 아닌 무급으로 연차를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라 4일 이상 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부서 인원도 이미 부족한 상태라 저 대신 지면을 메워야 하는 동료들에게도 미안했다.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니고 각별히 조심한다고 했는데 걸려서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속출하면서 기자들의 확진도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특히 높은 전파력을 갖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한 지난 2~3월 사이 언론사 내 확진자도 급증하면서 인력 공백이 발생해 격리 중에도 일하는 기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중인 기자의 ‘확진기’ 기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기자들은 편집국 내 부족한 인력, 다급한 마감 기한 등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무급으로 연차 내는데 대한 부담
부서 내에 동시에 감염자가 나와 업무에 비상이 걸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서울신문 사건팀의 경우 동시에 3명의 기자가 확진되면서 기자들끼리 공가 날짜를 조정해 격리 중에도 업무를 했다. 지난달 31일 경향노보에 따르면 문화부에선 부장 포함 8명의 인원 중 4명이 확진되면서 대다수가 하루 이상 재택근무를 했다. 경향신문에선 3월에만(24일 기준) 확진자 수가 115명 늘어 임직원의 3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무증상일 경우 재택근무’ 원칙이 일반적인 분위기가 된지도 오래다. 기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일찍 걸린 게 낫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일간지 B 기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언론사는 1, 2진을 두면서 ‘백업’이 가능하지만, 저희 사건팀의 경우 아무래도 서울 내 구역별로 맡고 있는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데다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쉬기가 어려웠다”며 “회사 차원에서 아예 ‘확진 시 재택근무’가 원칙이었다.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국장의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인력부족이라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다. 다만 병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든지 쉴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 대부분 ‘무증상 땐 재택근무’... 격리중 취재·기사 쓰며 고충 겪어
격리 중 취재하고, 기사를 쓰면서 겪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 A 기자는 “코로나 증상 중에 하나가 목 감기인데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재원에게 전화를 거니 다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걱정하더라. 어쩔 수 없이 몸이 아프다고 설명해야 해서 난처했다”며 “아무래도 현장 취재보다 한계가 있으니 자료 확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B 기자는 “현장에 갈 수 없어 기자회견이나 재판 등을 챙기기 어려워 같은 지역을 담당하는 타사 기자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해 미안함을 많이 느끼는 일주일이었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눈치가 보였다”는 토로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지난 2월에 확진된 종합일간지 C 기자는 다행히 7일간 유급휴가로 격리 기간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3월이 되자 증상이 없으면 재택근무 하라는 부서 공지를 받았다. C 기자는 “내부적으로 걸리면 눈치 주는 시선도 있다. 회사에선 7일간 쉬라고 했지만 일이라는 게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빠지는 사람 몫이 남아있어 돌아와선 제발 저려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분위기였다”며 “인사팀에서 따로 일 안 해도 된다고 얘기해주기 전까지 당연히 재택 근무해야 하는 줄 알고 있었던 것도 조금 더 마음 아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는 “문제는 현행법상 노동자가 병에 걸렸을 때 회사가 병가나 휴가를 줘야하는 의무가 없다는 거다. 정부에서 코로나 확진 시 휴가를 권고하지만 권고일 뿐 회사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며 “1급, 2급에 해당하는 전염병 등 국가가 지정한 병에 한해서만큼은 공식적으로 법에 근거해 휴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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