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정치부장, 사회부장…. 민간신문이 잇따라 등장한 1920년대 이후 언론사에 당연하듯 존재해온 직책들이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새 언론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존 명칭을 바꾸거나 새로운 직책을 선보이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직책의 변화와 신설은 언론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사례 하나하나가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최근 새로운 직책이 생겨난 배경엔 디지털 혁신 바람이 있었다. 중앙일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중앙일보는 2017년 뉴스 생산과 지면 편집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하면서 라이팅에디터(현재는 콘텐츠제작에디터로 확대 개편)라는 직책을 신설했다. 온라인에 출고된 기사를 지면용으로 재가공하는 일이 이들의 주요 업무였다. 지금은 여러 언론사가 도입한 방식이지만 당시엔 이목을 끌 만큼 새로운 역할이었다.
디지털 강화 흐름에 따라 편집·보도국장 명칭도 달라졌다. 2018년 KBS와 MBC(현재는 뉴스룸국장)는 기존 보도국장을 통합뉴스룸국장으로, 2020년 한국일보는 편집국장을 뉴스룸국장으로 변경했다. 큰 틀에서 세 언론사 모두 디지털을 중요시하겠다는 취지였다.
한국일보의 경우 디지털 강화와 함께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신규 직책으로 드러냈다. 온·오프라인 콘텐츠 등으로 뉴스룸과 독자를 잇는 커넥트팀장에 이어 지난해 독자접점디렉터를 신설했다. 한국일보를 리브랜딩하고, 정체성에 맞는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자리다. 뉴스룸국 차원에선 지난 2월 혁신데스크 직을 새로 만들었다. 한국일보가 발행하는 9개 뉴스레터 중 7개를 데스킹·리뉴얼하고, 내부 연재물 점검, 기사 형식과 내용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주요 업무다.
언론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의제나 내부의 문제의식도 직책에 반영된다. 한겨레신문이 2020년 마련한 저널리즘책무실이나 연합뉴스의 콘텐츠책무실, 채널A의 취재윤리·멘토링에디터 직 신설은 언론의 책임과 신뢰를 요구하는 안팎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앞서 한겨레는 젠더 이슈에 주목도가 높아진 2019년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젠더데스크를 신설하기도 했다. 젠더데스크는 젠더를 다루는 내부 콘텐츠를 점검해 개선책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성 인지성을 높이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뒤이어 부산일보와 경향신문에도 젠더데스크가 탄생했다. 한겨레와 경향의 젠더데스크는 내부 소통창구 역할을 겸하고 있다.
새로운 직책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모습은 언론사의 고민이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직책을 만들고 얼마나 잘 운영할 것인지는 각 언론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구성원들의 공감대에 달렸다.
김범현 연합뉴스 미디어전략부장은 “관행적인 기사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공영언론 책무에 부합하는 일을 하자는 취지로 콘텐츠책무실을 신설했다”며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자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장은교 경향신문 소통·젠더데스크는 “기존 언론사 보직이 출입처와 지면 중심이었다면 최근 생긴 직책들은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가, 앞으로 어떤 미디어를 만들고 싶은가 등의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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