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지방선거 열기… 존재감 드러나는 지역 언론들

빅데이터·AI로 판세 분석…
후보 발언 일일이 팩트체크하는 콘텐츠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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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월1일이면 내가 사는 지역의 시·도지사부터 비례대표 구·시·군 의원까지, 총 7장의 표를 행사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린다. 대선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직까지 저조하지만, 예비후보들이 속속 후보 등록을 하며 선거 열기도 조금씩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지역 언론들도 일찌감치 선거 페이지를 열거나, 관련 기획을 선보이며 지역민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 언론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입증할 수 있는 장이자, 일종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들은 다양한 방식과 형식으로 출마자를 소개하는 한편 빅데이터·AI 기법을 도입해 판세를 분석하는 등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인천·경기 지역에선 특히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색다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발 빠르게 지방선거 특집사이트를 열고 인포그래픽과 빅데이터 분석, 팩트체크 등 다양한 코너를 선보이고 있는 중부일보가 대표적 사례다. 중부일보는 수도권 모든 여론조사를 시각화해 인포그래픽으로 제공하는 한편 여러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후보들의 관심도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SNU팩트체크센터의 제휴사가 되면서 후보들의 공약과 주장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민병수 중부일보 디지털뉴스부 부국장은 “팩트체크 기사가 일반 기사보다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가는데, 특히나 선거 관련 팩트체크는 후보자에게 굉장히 중요해서 더욱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며 “3~4명이 붙어서 지금까지 두 건 정도 만들었는데, 앞으론 한 주에 한 개씩 제작할 계획이다. 선거 특성상 주장과 ‘가짜뉴스’가 난무하는데, 지역 언론으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일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격파남(격전지 여론조사를 파헤치는 남자)’도 AI를 장착해 새롭게 들고 왔다. 격파남은 이한빛 기자가 선거 판세를 이해하기 쉽게 분석하는 유튜브 콘텐츠인데, 이번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AI 캐릭터를 접목시키는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민병수 부국장은 “휴대폰 외엔 아무 장비도 없던 시절, 독자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시도한 게 격파남”이라며 “지난 총선 때 히트를 쳐서 이번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만들었다. 선거를 딱딱한 측면으로만 접근하면 지루하니, 재미 요소를 넣는 등 다양한 디지털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또 있다. MBC충북은 이달 초부터 ‘예비후보 탐구생활’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일반적인 토론회로는 후보자들의 면면을 알 수 없다고 판단, 아예 편집 없이 후보자들을 1~2시간 내리 인터뷰하는 방식이다. 정규 방송에선 불가능한, 유튜브이기에 가능한 제작물이다. MBC충북은 지금까지 충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예비후보 5명을 인터뷰했고, 이번 주엔 충북교육감 예비후보들을 만난다.


신미이 MBC충북 보도팀장은 “정치를 20년씩 한 분이더라도 막상 그 후보가 누군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며 “그렇다면 1~2시간 함께 수다를 떨면서 후보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가치관과 비전은 무엇인지 등 A부터 Z까지 알리자고 생각했다. 현재 보도국과 뉴미디어팀이 협업해서 만들고 있는데,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고 후보들도 멍석을 깔아주니 속 시원히 얘기하다 간다”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도 출마한 예비후보들을 색다르게 소개하고 있다. 기사 형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흡사 ‘나무위키’처럼 페이지 하나에 출마자 명단과 관련 기사를 링크로 걸어 독자들이 손쉽게 훑어볼 수 있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도의원뿐만 아니라 시·군 기초의원까지 볼 수 있다.

이승환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장은 “예비후보들이 계속 출마선언을 하면서 지면에선 모두 소화할 수가 없어 웬만하면 온라인으로 처리하자고 기자들 간 합의가 됐는데, 출마 기사들이 산발적이어서 보기가 번거로웠다”며 “어차피 선거 기간 내내 추가될 거니 차라리 모아 보자 했고, 추가 장치 없이 기사 입력 툴을 활용해 페이지를 만들었다. 출마한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면 그 링크도 옆에 붙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마자가 아니라 지역민이 선거의 중심이 되도록 지역 현안과 정책에 주목하는 언론사들도 눈에 띈다. 경기일보는 지난달 중순부터 ‘6·1 지방선거_이것만은 해결하자’ 제목 아래 31개 시·군별로 지역 현안을 부각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기자들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당선자가 꼭 해결해줬으면 하는 정책을 대신 제안하는 기획이다.


이선호 경기일보 지역사회부장은 “그동안 우리가 지방선거에서 너무 후보자 중심적인 기사를 생산했던 것 아니냐, 하는 내부 논의가 있어 이번엔 독자 중심, 지역 중심의 기사를 생산하자는 생각으로 기획을 시작하게 됐다”며 “경기도 31개 시·군의 현안이 모두 다르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우리가 선거 의제로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등 지역 언론의 역할을 다해보자는 차원에서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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