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CBS지부 지역국협의회가 김진오 CBS 사장에 면담을 촉구했다. 해묵은 문제인 데다 지역국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경영난과 인력 공백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지역국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발행된 CBS 노보에서 “이런 문제를 사장과 대면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지역 조합원들은 희망하고 있다”며 “대화를 미루지 말라”고 강조했다.
CBS 지역국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력 부족은 사실상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1월 발행된 CBS 노보에 따르면 울산CBS는 직원 2명이 일신상의 이유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홀로 남은 기자가 광역시 출입처 전체를 도맡게 됐다. 강원영동CBS도 지난해 6월 기자 1명이 이직을 하면서, 남은 기자 1명이 강원 동해안 6개의 시군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 “기자가 휴가를 가면 로컬뉴스가 불방”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강원CBS 역시 기자 3명 중 한 명이 보도국장을 맡고, 2명의 기자가 2교대로 당직을 서는 상황이 4~5년간 지속되고 있다. “인력 충원의 개념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년을 앞둔 기자들이 많아지면서 미래의 인력 공백을 걱정하는 지역국들도 생겨나고 있다. 부산CBS는 올해 두 명의 기자가 정년을 앞두고 있고, 대구CBS에서도 3년 내로 기자 3명이 퇴직한다. 이 때문에 선·후배 간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채용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CBS 지역국의 한 기자는 “기수 간 간격을 생각하면 미리 뽑아야 한다고 주니어들이 얘기를 해도, 본사에선 이미 티오(TO)가 다 찼으니 어렵다는 말만 해 지친다”며 “예전에 재정 규모에 따라 노사 간 합의한 TO가 있다. 그게 최소 기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어느새 맥시멈이 돼버린 상황이 웃기다”고 말했다.
그나마 현재는 일부 지역국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신규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주먹구구식 채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지역국 기자들의 생각이다. 지역국협의회는 “이번 채용에도 지역의 요구는 제대로 수용되지 못했다”며 “인사와 퇴사로 생긴 업무 공백에 있는 인원으로 ‘짜내기’를 압박하는 게 회사의 인력 정책인가. ‘다음에 뽑아준다’는 말은 이제 그만하고, 무너진 원칙을 바로 세워 장기적 채용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력 부족과 함께 본사와 지역국 간 경영 갈등 역시 심화하고 있다. 음악FM 송출에 대한 지역 분배금과 함께 표준FM 지역 전파 사용료 분배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적자국을 탈피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강원CBS와 강원영동CBS의 통폐합관련해서도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BS 지역국의 다른 기자는 “사장이 6월 이사회에서 통폐합을 언급하겠다고 하면서 올해 초부터 통폐합이 현실화됐다”며 “다만 논의를 했는지, 안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 춘천과 강릉이 두 시간 거린데 건물은 어디로 할 건지, 누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BS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걸 시뮬레이션 해보고 가장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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