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심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재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트웰브(Twelve)는 전기와 물을 사용해 낮은 온도에서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고 해당 혼합물에 수소를 추가해 항공유의 원료가 되는 메탄올이나 등유를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포르테라(Fortera)는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시멘트로 양생하는 기술에 매진 중이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올 들어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한 기술들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이곳 테크놀로지 업계의 주된 관심은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듯 이산화탄소를 탄소포집장치로 직접 잡아내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기술을 직접공기포집(DAC·Direct Air Capture) 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 아이슬란드 대학,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카브픽스(Carbfix)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실험이다.
아이슬란드 헬리샤이디에 완공한 탄소 포집 장치 오르카(Orca)는 매년 4000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잡아댄다. 지열 발전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공기를 포집하고 순수 이산화탄소만 추출해 카브픽스가 만든 특수 용액에 섞어 지하 땅속 깊숙한 현무암에 분사하는 방식이다. 현무암에 분사된 탄소는 시간을 두고 탄산염으로 바뀐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돌로 바뀌는 데는 셀 수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백악기~시신세 기간(약 1억4600만~4000만년전)에는 산업혁명 때 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6배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데 영겁의 시간을 두고 바다와 돌이 이를 흡수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인류는 이를 단 2년 만에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산화탄소를 잡는 기술이 성공을 거두자 이제는 잡은 탄소를 재활용하는 기술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이산화탄소로 만든 보드카, 이산화탄소로 만든 파티 드레스 등이 나오고 있다. 미국 브루클린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인 에어 컴퍼니(Air Company)는 인근 에탄올 공장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수소를 섞어 에탄올·메탄올·물로 전환하는 방식을 쓴다. 에탄올과 메탄올은 끓는점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에탄올을 따로 추출하는데 이것이 바로 CO2 보드카다. 가격은 65달러부터인데 상품 경쟁력마저 갖추고 있다. CO2 보드카 한 병당 약 0.45kg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일리노이에 있는 란자테크(Lanza Tech)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폴리에스터를 직조하고 있다. 폴리에스터는 디카르복시산과 알코올을 활용해 만드는데, 이때 이산화탄소로 만든 에탄올을 쓰는 방식이다. 의류 브랜드 자라(Zara)는 란자테크의 폴리에스터를 가공해 파티 드레스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려는 도도한 물결은 글로벌 규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매일경제신문은 앞서 창간 56주년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C테크(Climate·Clean·Carbon Techno logy)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탈탄소 동맹이 결집하고 있으며, 탈탄소에 참여하는 국가끼리 무역을 하는 ‘신관세동맹’ 기조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메시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3월25일 탄소중립기본법을 본격 실시했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 목표로, 목표관리 업체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목표관리 업체에 지정되면 온실가스 배출량과 목표 달성 여부가 매번 공개된다. 앞으로는 신문을 통해 ‘이산화탄소 저감 실패 기업 ○○’이라는 뉴스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는 분명 부담이 되겠지만 기후변화 대응은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더 늦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영속적인 강풍이다”라고 말한 조지프 슘페터의 명언처럼,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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