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임 대표이사로 정창룡<사진> 논설주간이 지난 23일 내정됐다. 지난 17일 매일신문의 대주주가 지역 중견기업인 코리아와이드로 바뀌고 난 후 나온 첫 인사다. 매일신문은 내달 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창룡 대표이사의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다. 새 대주주인 코리아와이드 측은 매일신문 노조에 회장 직함을 따로 둘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매일신문이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소유라는 점이 종사자들에게 큰 울타리가 됐지만, 한편으로는 언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장애물이 될 때도 있었다”며 “위기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격려금 지급 결정을 했고, 앞으로 제대로 혁신해 매일신문의 파이를 키워 구성원의 처우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레 사주를 맞이한 매일신문 내부는 새 대주주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안고 있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1950년 매일신문을 인수해 72년간 경영해온 직전 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대한 배신감이다. 지분 양수도 계약 다음날인 지난 18일 대구대교구는 매일신문 지분 98.92% 전량을 코리아와이드에 매각했다는 사실을 실국장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알렸다. 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의 지난 18일 성명에 따르면 매일신문이 매각된다는 외부 정보를 입수한 내부 구성원들이 사실 확인을 했지만, 대구대교구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신문 A 기자는 “대구대교구가 70년 넘게 경영해온 조직의 구성원을 막판까지 속여 가며 계약을 했다는 점에서 지금도 구성원 내에서 교구에 대한 반발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배신감이 하루 이틀 안에 수습될 것 같지는 않다”며 “아직까지 교구장이 공식적으로 구성원에게 사과를 표명한 적이 없는데 노조의 교구 항의 방문, 교구장 면담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대주주의 편집권 침해, 미진한 처우 개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새 사주에게 “일말의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윤조 매일신문지부장은 “기본급 인상을 사실상 십수 년째 못하고 있을 정도로 시달리고 있었다”며 “교구 안에 극우 보수의 입장을 가진 분이 많아 언론사 내부에도 논조가 굳어져 최소한의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다. 새 사주는 오히려 속속들이 개입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 표명은 해주고 있어서 거기에 거는 기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코리아와이드의 매일신문 인수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경북 지역 여객운송사업자로 시작한 코리아와이드는 최근 들어 M&A(인수합병)를 통해 부동산임대업, 사모펀드 운용사, 화장지 제조업 등 사업 분야를 넓혀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기자는 “계열사를 인수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과정에 매일신문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며 “언론 역할에 대한 이해 없이 사기업의 논리로만 평가해 이익이 안 된다 싶으면 또 매각하는 등 반복해서 새로운 주인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기업에 매각되면서 종속화되고,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어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크다”며 “사주가 존재한다면 사주가 원하는 대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업에서 언론사를 갖고 있으면 소위 방패막이 도구로서 활용하는 부분을 봤기 때문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A 기자는 “현재 윤전기도 오래돼 장기적으로 비용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경영합리화라는 이유로 약한 고리의 인력부터 쳐낼 경우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문제”라며 “계열사 인사이동 등 간접적인 구조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거나 제어할 기능이 없기 때문에 대주주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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