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들 "미디어개혁위 설치, 공익 저널리즘 지원해야"
[윤석열 정부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언론 과제]
기협 등 "언론보도 피해구제 위해 민간 차원 언론자율규제기구 필요"
상당수 지역언론 고사 위기 직면… 행정·재정적 지원 확대 요구 많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50여일 남았다. 오는 5월10일이면 윤석열 당선인은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추린 주요 국정 현안들을 추진한다. 이 현안에 언론 개혁 정책이 빠질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 과제를 방관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라도 진흥과 지원, 규제 관점에서 다양한 언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협회보는 윤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산적해 있는 언론 정책 과제를 한데 모았다. 한국기자협회를 포함, 한국방송협회, 한국지방신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6개 언론 관련 단체에 요청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언론 과제를 받았다. 이들은 언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라도 윤 정부의 5년 청사진에 이 과제들이 올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 개편해 미디어 법·제도 통합적으로 논의해야
과거 정부에서 언론 정책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언론 통제와 신기술 중심의 산업 진흥이라는 협소한 틀에 머물렀다. 차기 정부에선 이 틀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미디어 정책을 수립할 정부조직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낡은 법제, 부처 간 업무 중복과 책임 회피, 저효율 거버넌스 구조의 문제는 비단 시장과 산업의 문제만은 아니”라며 “독립과 자율, 협력에 기초한 언론미디어 정책을 운영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예시로 제안된 게 ‘미디어개혁위원회’ 설치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인수위에서 범사회적 합의기구로 가칭 미디어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법·제도의 전면적인 개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현재 미디어법 제·개정을 위한 논의가 관계 부처별로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인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디어개혁위원회에서 종합적인 토론과 조정을 거쳐 정책과 법·제도를 개편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도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시기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미디어 관련 부서를 그대로 답습해 ‘부처 간 칸막이’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며 “새로운 정부 출범 이전에 미디어개혁위원회 설립 및 이에 대한 입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규제 전담인 방통위와 산업진흥 담당인 과기부의 역할을 통합해 방송·통신 정책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거나, 방송 발전과 미래 콘텐츠 산업 주도를 위해 방송혁신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들이 나왔다. 민간 영역에선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지방신문협회 등은 언론 보도와 관련한 분쟁에서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언론자율규제기구가 필요하다며, 관계 법령 정비와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디어 정책의 규범과 규칙을 마련하는 데서 나아가 저널리즘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언론연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수익 모델이 붕괴돼 더 이상 시장에서 제공하기 힘든 지역·소수자를 위한 언론, 비영리·독립 미디어를 위한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 혐오와 차별의 확산 등 공동체적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공익적 저널리즘과 문화콘텐츠에 대한 과감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언론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한국방송협회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을 포털이나 글로벌 사업자로 전면 확대해 지역·중소방송사를 지원하고, 지역방송에 대해선 정부광고 수수료를 유예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도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역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고, 기자협회 역시 “반의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든 지역신문발전기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신문협회는 “지역 언론 환경은 날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지역신문발전지원법 상 우선지원 대상 선정 언론사에 대해선 정부광고를 우선 배정하거나, 최소한 중앙지와 같은 조건의 광고를 배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 더 강화돼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언론을 장악하고 지배하려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이번 정부에선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도 쏟아졌다. 특히 공영방송의 경우 여야 정치권이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 온 관행을 깨고, 시민 참여형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민언련은 “시민으로 구성된 사장선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정책 발표, 질의 토론, 평가 등 시민 의사에 따라 사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정치적 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관계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등 정부출자·출연기관 미디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들도 여럿 제시됐다. 언론노조는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 등이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는 데다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건설·투기 자본 등 불량 산업 자본이 미디어 시장으로 침투했다”며 “지역 지상파 민영방송 뿐 아니라 중앙일간지, 인터넷신문까지 인수 대상이 되면서 언론사들이 사주의 사회적 자본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와 산업의 분리를 법제화하고 미디어 자본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디어 노동시장에서 계약직·파견·용역·프리랜서 노동자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비정규직 중간착취의 철폐와 고용안정, 미디어 산업 부문의 근로감독 정례화를 촉구했다.
포털의 공적 책무 역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민언련은 “포털은 현재 지배적인 뉴스유통 채널로 성장해 강력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제도 개선 △포털뉴스 편집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설치 △포털뉴스 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협의체 설치 등을 제안했다. 지방신문협회는 지역 주민의 정보 복지를 위해서라도 포털 뉴스 유통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지역에선 지역 언론사의 지역 뉴스가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 뉴스에 대해선 지역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가 더 노출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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