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매일신문지부는 21일 “매일신문의 공공성, 편집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새 대주주인 코리아와이드에 “언론 본연의 가치 회복을 약속하라”고 밝혔다.
매일신문지부는 성명에서 “‘밀실’에서 조직원들 모르게 비밀리에 행해진 매각 과정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큼 조직원들을 황당하고 분노케 만들었지만, 이제 서둘러 조직을 다잡아 매일신문을 신뢰할 수 있는 언론으로 다시 세우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교구의 부당한 압력에 휘둘리며 언론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던 데 대해 독자여러분께 사죄드리며, 앞으로 ‘정론직필’이라는 언론 본연의 책임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신임 대주주 역시 이 같은 매일신문 조직원들의 뜻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매일신문지부는 새 대주주에 △매일신문의 지역성, 공공성 강화와 신문 제작과 보도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 △처우개선 약속 구체적인 계획과 임금과 복지 정상화 △사장 등 신임 경영진의 선임 기준과 절차 조직원들에 투명하게 공개 △인수 과정과 향후 경영 정상화, 조직 안정화 계획, 미래 전략에 대해 전 사원 간담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매일신문 매각은 지난 18일 알려졌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이날 매일신문 지분 98.92% 전량을 코리아와이드에 매각했다는 사실을 실국장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알렸다. 여운동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카톨릭 교구가 언론사를 소유한 사례가 대구대교구밖에 없다” “교구가 언론사를 운영하는 게 맞지 않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 계속 있었고, 교구 쇄신위원회에서도 몇 년 전부터 매각을 검토해 왔다”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1950년 매일신문을 인수해 72년간 매일신문을 경영해왔다. (▶관련기사: 운송업체에 매각된 매일신문…노조 "밀실매각 규탄")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매일신문지부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비밀에 부쳐진 매각은 극소수의 인물만 참여한 채 이뤄졌고, 다음날에야 공개적 입장표명도 아닌 실국장 회의를 통해 매각 사실을 전했다”며 “이번 매각을 철저하게 조직원과 지역 시민사회의 의중이 배제된 ‘밀실매각’으로 규정하고, 천주교대구대교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운동 사장은 19일자 매일신문 지면을 통해 매각 사실을 알리고 “과거 나라가 힘들어 제대로 된 지역 언론사를 운영할 여력이 없을 때 교회가 나서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며 “이제 일반 언론의 일은 시민사회로 환원하고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신문의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매일신문 새 대주주가 된 코리아와이드는 시외버스, 고속버스 운영을 기반으로 한 지주회사다. M&A(인수합병)를 통해 부동산임대, 금융사업 등 사업 분야를 넓혀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엔 ‘잘풀리는집’ 브랜드로 알려진 화장지 제조업체 미래생활을 인수하기도 했다.
노헌영 코리아와이드 대표는 지난 18일 매일신문 노조와 만나 “대구경북의 자긍심을 지키고 싶었고 정신적 가치를 지켜온 매일신문사를 잘 운영하고 싶었다”며 “지역사회 언론을 주도하는 매일신문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대구대교구의 당부가 있었다. 거기에 대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매일신문 사장은 공석 상태다. 지난 21일 대구대교구는 여운동 사장을 면직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박지은 기자 jeeniep@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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