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네이버에서 꽤 많은 뉴스를 수집해 국내 최대 디지털뉴스 유통 플랫폼에서 많이 읽힌 기사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 등을 분석한 기사를 3주 간 썼다. 여러 갈래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지는 ‘네이버에서 공동체에 더 필요하다고 할 만한 뉴스들은 많이 읽히지 못하고, 이용자들은 실제 ‘저질’ ‘연성’ 기사를 많이 선택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네이버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정도다. 언론과 이용자, 포털 문제가 결합한 현재를 전적으로 언론의 탓이라 할 순 없다. 다만 3분의 1의 책임을 갖고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언론사에 단 한 가지 부탁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취재 없이 ‘청와대 국민청원’ ‘온라인 커뮤니티’를 받아쓰는 일만이라도 멈췄으면 하는 당부다.
연예인이나 셀럽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는 뉴스는 그나마 이해가 된다.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준다는 의미가 있을 테다. 그 자체로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남길 때도 있고, 지금은 상상하지 못한 사회적 의미가 차후 발견될 수도 있다. 실제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연예뉴스가 수상한 적도 없지 않다. 정론지를 표방한 매체들이 디지털 수익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런 기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 행태인지 의구심은 남지만 이 역시 언론산업 전체의 사양세를 고려할 때 참작될 여지는 있겠다.
하지만 ‘국민청원·온라인 커뮤니티’를 단순히 받아쓴 기사는 그 해악이 너무나 크다. 단지 ‘읽을거리’에 그친다면 다행이겠지만 문제는 무책임하게 생산된 이 뉴스들이 공공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에서조차 일반 국민에게 무의식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공동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2년 간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출처로 꾸준히 나온 ‘백신 맞고 사망’ 받아쓰기 보도는 대표적인 사례다. 백신 부작용을 보도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사안을 과학적 근거, 전문가 의견 등 별도 취재 없이 옮겨 적어 거부정서만 확산시키는 일은 방역과 재난 피해자에 대한 애도 모든 측면에서 실격감이란 뜻이다. 한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에 근거해 이런 보도가 진지한 고려대상이 못 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큰 위험에 노출된 수백만 명의 미접종자를 두고 언론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이는 문제해결엔 나서지 않은 채 단지 갈등을 조장할 뿐이란 점에서 언론의 마땅한 역할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남초·대학교 커뮤니티’에서 나온 얘길 언론이 단지 받아쓰는 일이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을 해소할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한쪽의 주장을 옮기기만 한 글은 이미 존재하는 편견을 강화할 뿐이고, 취재조차 생략돼 쉽게 쓰인 글이 사회를 위한 해답을 낼 소지는 거의 없기도 하다.
결국 이 글을 쓴 이유는 소수의 매우 좋은 보도가 아닌 일상적으로 더 많이 이용자 눈에 띄는 평균적인 나쁜 뉴스들의 품질관리에 대한 당부다. 언론계에 대한 글을 쓰며 밥법이를 하는 입장에서 그 선까지 넘진 말자고, 포털이나 정치권에 의해서가 아닌 언론사 스스로의 변화는 불가능한 것이냐고 말하고 싶었다. ‘나쁜 영화를 많이 보면 나쁜 인간이 된다’던 한 영화평론가의 말을 기억한다. 그는 영화를 ‘세상의 랑그(langue)’라며 ‘아직 오지 않은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는 기준이자 당위의 매체’라 적기도 했다. ‘영화’를 ‘뉴스’로 대체해 저 문장을 아직 믿고 역할을 바란다면 너무 과분한 욕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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