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전주총국이 제작하는 <뉴스7 전북>에는 다른 언론사에서는 보지 못한 이색 코너가 있다. 전북 도내 작은 시·군에서 활동하는 풀뿌리미디어 기자들이 KBS를 통해 직접 각 지역의 현안을 전달하는 ‘풀뿌리K<사진>’다. KBS전주가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 코너는 전북지역과 KBS 안팎에서 호평을 받으며 1년 넘게 방송을 이어오는 중이다. KBS는 지난달부터 전체 지역총국에서도 시·군 단위 미디어와 저널리스트에게 KBS 플랫폼을 개방하는 ‘뉴스룸을 빌려드립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KBS전주가 풀뿌리K를 기획한 배경엔 지역 이중 소외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전북에는 6개 시와 8개 군이 있지만, KBS전주가 주로 다뤄온 뉴스는 도청소재지인 전주시와 그다음으로 규모가 큰 군산시·익산시에 집중됐다. 김종환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은 “그동안 3개 시를 제외한 11개 시·군 소식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항상 서울·수도권 중심의 시각을 비판해왔는데 사실 전북 안에서도 또 하나의 소외를 만들고 있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마침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풀뿌리미디어들이 있어 협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KBS전주는 3개 시가 아닌 김제시·순창·무주·부안군 등에 기반을 둔 풀뿌리미디어들에 다가갔다. 각각 취재기자가 5명이 채 되지 않은 소규모지만, 지역을 위해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 언론사들이다. 전북풀뿌리언론운동연대에 속한 매체를 중심으로 김제시민의신문, 무주신문, 부안독립신문, 열린순창, 완주신문, 진안신문, 해피데이(고창·정읍) 등 7개 미디어가 KBS전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BS전주는 지난해 1월, 오후 7시 뉴스에서 풀뿌리K를 시작했다. 7개 미디어가 보도한 각 지역 현안을 매주 수요일마다 소개하고 그중 한 곳의 기자와 화상으로 연결해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나아가 KBS전주와의 협업 취재로 심층보도를 내거나 재난재해 상황에서 풀뿌리미디어 소속 기자들이 통신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풀뿌리미디어 기자들은 풀뿌리K를 성공적인 협업 모델로 평가했다. 먼저 양사의 한계를 보완하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신주혁 무주신문 편집국장은 “KBS가 지역별로 총국을 두고 있지만 곳곳의 소식을 전하기에는 취재인력이나 여러 인프라에서 한계가 있는 걸로 보인다”며 “작은 신문과 지상파 방송이 함께 지역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KBS 전파를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모습은 굉장히 바람직한 협업 모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으로 얻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작지 않은 성과다. 특히 보도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최육상 열린순창 편집국장은 “예전엔 군청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써도 거기서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KBS와 함께 보도하고 나서는 그냥은 못 넘어가더라”며 “전북도 차원에서 군을 감사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걸 보면 영향력이 커졌다는 걸 실감한다. 지역의 작은 신문에는 큰 힘이고,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개별 매체의 보도 파급력이 커졌을 뿐 아니라 풀뿌리언론운동 자체에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류영우 진안신문 편집국장은 ‘우리 지역에도 이런 언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류 국장은 “각 농촌 지역에서도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게 풀뿌리K를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 활동이 활성화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전북의 협업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돼서 권역별로 풀뿌리언론운동연대가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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