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짜리 욕망의 기획자들’은 가난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가난과 투기. 함께 묶여서 사용되긴 어려운 두 단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가난하거나 평범한 사람들마저 투기로 내모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한겨레가 1년여 만에 재신설한 탐사기획팀 ‘더 탐사’는 언론사 최초로 기획부동산에 취업했습니다. 수사기관에 의해 건조하게 전달되는 기존 언론 보도로는 ‘기획부동산은 왜 없어지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기획부동산 2곳에서 일하며 “믿을 건 땅뿐”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평생을 모은 돈을 들고 투기판에 뛰어들 만큼 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부동산뿐이었습니다.
‘10살 집주인’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갭투기의 실태를 포착하고자, 경기 파주시에 있는 아파트 3개 단지 900여 세대의 등기부 등본을 전수조사 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집주인 중 10대는 00명’이라고 요약되는 갭투기 관련 보도는 틈날 때마다 기사화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왜 자식들의 명의까지 이용해 투기에 나서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겨레가 어렵게 만난 ‘10살 집주인’의 아버지는 “자녀들은 나처럼 집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노동 소득만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상. 코로나로 직장을 잃은 아버지가 자녀들을 위해 선택한 길은 아파트 갭투기였습니다.
통계는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동산 자산의 축적 없이는 상위 20% 안에 들기란 불가능합니다. 기획부동산에 뛰어든 어머니, 아파트 갭투기에 나선 아버지가 ‘소득분위별 부동산 점유율’, ‘소득 분위별 부동산 자산 격차’ 등과 같은 통계를 봤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피부로 체감하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취재 도중 “당신은 답이 있나?”라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가난한 투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후보들의 귀에 들어가 부동산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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