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제377회 이달의 기자상] 조수영 전주MBC 기자 /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조수영 전주MBC 기자

“오얏나무에선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


왕조를 상징하는 오얏(李) 아래에선 오해 살만한 행동은 무엇이든 피하라는 속담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선 이 오얏나무가 곳곳에서 자라납니다. 전라북도를 취재권역으로 하는 저희는 전북 지방의원들이 느슨하기만 한 감시망을 틈타 오얏나무 아래에서 벌인 이해충돌 행태를 취재했습니다.


취재로 드러난 의원들의 이해충돌은 노골적이었고 동시에 은밀했습니다. 본인 또는 배우자 업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를 수주하는가 하면, 수억원어치 주식을 들고 버젓이 관련된 의정활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무원에게 공사 발주를 서두르고 예산까지 늘리라고 주문한 뒤 가족 업체로 공사를 수주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적발 사례만큼이나 반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이걸 왜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류였지만, 여태껏 문제인 줄도 몰랐다며 “잘못을 일깨워줘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뜻하지 않게 받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심경을 드러낸 의원도 있었습니다. 자부심 있는 의정활동이 완전히 부정된 기분이었다고 했습니다. 인간적으로 공감해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하나 고쳐 맨 걸 문제 삼는 보도는 충분히 가혹합니다. 다만 사람의 진의는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 마련입니다.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이번 기획의 의도는 ‘첫 단추에 대한 경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성실한 주의의무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을 때, 성실한 의정활동마저 이해관계가 뒤엉킨 이기적 행태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의미 부여를 해봅니다.


지방권력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지방의원들과 지역 언론의 이해는 합치됩니다. 청렴한 지역사회를 가꾸는 업무 파트너로서 관계가 진전되길 희망해봅니다. 덧붙여 어느 때보다 장거리를 뛰며 좋은 장면을 신경 써준 베테랑 홍창용 국장, 그리고 기획의 명확한 방향성을 잡아준 선장 정태후 보도편성국장께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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