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방송사들 발빠른 재난방송 대응 눈길

제보영상 쇄도, 특보 1000분 넘겨... "방송사 간 협력 시스템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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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와 강원도 일대서 일어난 산불이 8일 기준 닷새째 접어들었으나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불길이 강한데다 불똥이 튀며 서쪽으로 계속 산불이 번지는 형국이다.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재난방송 의무사업자인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방송사들은 꾸준히 특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많게는 1000분 넘게 재난 방송을 하며 산불 현황과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특히 이번 산불에 재빠르게 대처했다. 지난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 당시 미숙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재난방송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했던 KBS는 우연찮게도 산불 발생 나흘 전에 산불 재난방송 모의훈련을 한 상태였다. 원종진 KBS 재난미디어센터장은 “건조경보에 강풍이 부는 상황이라 4일, 울진에서 산불이 났다는 얘길 듣고 긴장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산림청이 바로 ‘산불 2단계’를 발령해 심각한가보다 생각했다. 그 때가 오후 12시35분쯤인데 곧바로 대구총국에 연락해 기자를 현장에 보내고, 자체 뉴스특보를 준비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산불 진화에 난항을 겪으면서 방송사들도 재난방송 특보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금강소나무숲길 인근으로 산불이 번져가고 있는 모습. /뉴시스


45분 뒤인 오후 1시20분, KBS대구에선 산불 발생을 알리는 자막 속보가 나왔다. 그로부터 30분 뒤인 오후 1시50분엔 서울에서도 재난 특보 자막이 깔렸다. 뉴스특보 역시 KBS대구에선 세시 반부터, 서울에선 4시부터 방송됐다. 원종진 센터장은 “그 때부터 5시, 7시, 9시, 10시 등 시간별로 쭉 특보를 지속하고 있다”며 “일요일까지 1000분 정도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상파 및 보도전문채널 등도 긴 시간 산불 특보를 이어가고 있다. MBC는 ‘뉴스투데이’와 ‘뉴스데스크’ 등 정규 뉴스 시간 외에도 하루 네 차례 특보를 편성하며 산불 소식을 알리고 있다. YTN과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 역시 매 시간마다 산불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YTN은 지난 주말까지 계산하면 총 37번, 시간은 1100분 정도 특보를 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SBS도 7일 아침까지 10여 차례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조정 SBS 보도국장은 “SBS의 경우 지역에 기자가 거의 없어 지역 민방과 협조하면서 저희 기자를 직접 파견하는 상황”이라며 “취재기자는 하루 3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고, 그 외엔 강원 민방인 G1이나 대구 민방인 TBC 등과 공동 취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불이 일어난 날이 대선 사전투표일과 겹친 데다 주말 사이 크게 번지며 현장 기자는 물론 데스크들까지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대선을 앞두고 내보내야 할 선거 관련 뉴스도 많아 자막을 두 단으로 내보내는 곳도 생겼다. 맹찬형 연합뉴스TV 보도국장은 “현장에 가 있는 기자들은 지금 녹초가 돼 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으니 첫날부터 가서 밤을 새우다시피한 기자를 다른 기자로 교체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며 “산불에 대선에 코로나19 현황까지, 보여줄 정보도 많아 하단 자막을 한 단 더 추가하기도 했다. 화면이 좁아지면 좋지 않은데, 영상미적인 걸 다소 포기하더라도 정보를 보여주는 게 낫겠단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제보 영상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다. YTN 관계자는 “이번에 영상제보만 100여건이 들어왔는데, 다른 때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라며 “다만 근원적으로 국가재난방송기본법이 만들어져서 방송사들이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 재난방송이란 게 경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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