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지역매체 특별심사’를 통과한 8개 언론사가 지난 1월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모바일에는 강원도민일보, 국제신문, 대구MBC, 대전일보, 전주MBC, CJB청주방송, JIBS제주방송, kbc광주방송 등 8개사의 언론사편집판이 추가됐다. 카카오도 이들과 콘텐츠제휴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페이지에서도 신규 입점한 지역언론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
8개사는 벌써 포털 입점 효과를 느끼고 있었다. 당장 체감하는 기사 조회수부터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각 언론사 사이트에서 수백~수천 회였던 기사 1건당 조회수는 포털 입점 후 수십만 회를 기록하기도 하고, 종종 100만회를 뛰어넘기도 한다.
기사 유통 통로가 대폭 넓어지면서 언론사 자체 사이트 방문자 수도 크게 늘었다. 홈페이지 방문자가 일일 평균 3000~4000명이었던 대구MBC에는 포털 입점 후 하루 최대 24만명이(2월 기준) 찾기도 했다. JIBS제주방송 웹사이트 방문자 수도 전보다 20배(2월 기준) 넘게 증가했다. 자체 사이트에선 보지 못했던 실시간 댓글과 빠른 피드백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반가운 경험이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 담당 부국장은 “처음엔 포털 환경에 적응하느라 좌충우돌했는데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구독자와 트래픽 모두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조회수가 수십만씩 몰릴 때도 있고 저희 자체 플랫폼에선 보기 어려웠던 댓글과 추천이 수천개씩 달리는 데서 입점 효과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지역언론사 8곳이 한꺼번에 입점하면서 포털 뉴스 시장에 지역 이야기가 많아진 점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네이버는 위치서비스를 기반으로, 8개 권역에서 모바일 뉴스페이지에 접속한 이용자들에게 해당 지역 언론사의 언론사편집판 구독을 추천하고 있다. 뉴스 추천 AI가 작동하는 네이버 모바일 ‘MY뉴스’와 다음 뉴스에도 지역언론사가 생산한 뉴스가 뜬다.
kbc광주방송에서 디지털뉴스를 맡고 있는 차장급 기자는 “가장 큰 변화는 양대 포털에서 지역 뉴스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이라며 “지역 뉴스라면 주로 사건·사고나 자극적인 소재가 소비되곤 했는데 지금은 지역의 정치, 행정, 문화 기사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이들 언론사가 가장 큰 공을 들이는 건 당연히, 콘텐츠다. 먼저 콘텐츠 형식 면에선 방송사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인력 규모가 작은 지역방송사 대부분은 매일 저녁 방송하는 TV 메인뉴스에 제작 역량을 집중해왔다. 디지털 전용 콘텐츠를 선보이더라도 영상 비중이 높았다. 반면 포털 뉴스 시장에선 영상보다는 텍스트와 사진을 결합한 신문기사 형식이 선호된다. 신규 입점한 방송사들은 이제 포털에서 유통되는 형식에 맞춰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TV 밖으로 고개를 돌리다 보니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달라진 모습이다.
JIBS제주방송 디지털담당 국장은 “지금은 방송에 안 나가더라도 텍스트와 사진만 들어간 기사를 먼저 출고한다”며 “여기서 조회수가 높거나 좋은 피드백을 받은 기사를 방송 뉴스로 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구MBC 디지털편집부장도 “포털 입점 전엔 TV가 업무의 중심이었다면 지금 TV는 전체 뉴스의 하위 개념이 됐다”며 “‘깊이 있는 정보 제공’을 원칙으로 삼아 심층 인터뷰, 뉴스 뒷이야기를 전하는 코너도 만들었다. 기자들이 기획기사를 잡지기사보다 더 긴 분량으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 큰 과제는 포털에서 읽히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도 제평위가 특별심사를 시행한 취지인 ‘지역 목소리 반영’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CJB청주방송 디지털부서 기자는 “지역언론사로서 지역에 역점을 두는 건 예전과 같지만 지역 소식이면서도 전 국민이 읽을만한 뉴스를 발굴하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네이버와 카카오는 계약에 따른 첫 수익금을 8개사에 지급했다. 두 포털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유통하면서 구독자와 조회수를 확보하고, 광고 수익을 낸 대가다. 아직 금액 자체가 크진 않지만, 첫 정산금을 받아든 8개사는 대체로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언론사의 전통적인 수입원인 신문·방송 광고,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의 협찬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루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독자와 조회수가 늘어날수록 포털이 건네는 수익 규모가 커진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런 환경에 놓인 지역언론사들은 특별심사의 취지와 현실적인 고민 사이에서 발생할 우려를 인지하고 또 경계하고 있었다. kbc광주방송 기자는 “오롯이 지역의 이야기만을 담은 기사는 소비가 잘 안 된다. 광주 시민에게는 분명 중요하지만 타지역 분들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그런 기사를 꾸준히 생산하고 노출하라는 게 특별심사의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개별 언론사만의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 여론을 반영한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포털사가 지역뉴스엔 지역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에 가중치를 둬 주요 기사로 올라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팀 기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썼다고 자평하는 지역자체기사는 정작 어디에도 노출되지 않는데, 모든 언론이 쓰는 대통령 선거 기사는 조회수가 높으니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실무자로서 고민이 된다”며 “포털사가 지역의 뉴스는 지역언론의 기사를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지역기사로도 충분히 포털에서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더더욱 지역기사 작성에 매진하게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