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언론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없는 사람들은 심지어 ‘손봐주겠다’거나 ‘공정하기를 기대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고 한다. 실망만큼 오래된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누구나 위기상황을 알지만, 해법을 찾기 어렵다.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미디어 혁신과 함께 미디어 개혁 이야기가 줄곧 나왔다. 한 유력후보는 ‘전위대로 못된 짓을 하는 첨병 중의 첨병’으로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하는 집단으로 언론인과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아무리 선거상황이라고 하지만 비난의 정도는 임계치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기대나 신뢰는 조금도 없다. 오직 증오만 남았다.
현 문재인 정부에서는 특별한 언론정책이 없었다. 촛불 정부의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언론인들도 촛불을 들었을 테니까 언론 스스로 잘하리라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에서는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법·제도 정비와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언론지원제도 정비 정도만 시도했다. 물론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언론이 스스로 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개혁을 시도할수록 양쪽 모두 수렁에 빠졌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없이 추락했고, 인터넷에서는 혐오와 정파적 편향성을 무기로 ‘확증편향’ 소비를 부추기는 유사언론만 늘어났다. 이들에 의해 유해 정보가 양산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늘어나도 아무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그저 유사언론이든 언론이든 모두 ‘쓰레기’ 취급만 할 뿐이다. 바닥없이 추락한 한국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지에 대한 해법은 아직 없다. 지금처럼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한다는 명목으로 부정적이고 허위와 사실이 모호하게 엉킨 기사를 양산해서는 ‘헛짓거리’라거나 ‘버르장머리 없다’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난 5년간 국민이 생각하는 한국언론에 대한 공정성이나 객관성, 신뢰성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이제는 언론 스스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고 문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언론 혼자서 어렵다면 시민사회나 전문가와 협업하면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저널리즘 실천은 언론 스스로 품격을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정부에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언론개혁’이나 ‘언론혁신’이라는 말로 언론 길들이기를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불법행위를 통해서 사회적 폐해를 양산하는 언론사는 폐해의 정도에 따라서 처벌하는 게 맞다. 그러나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언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협치를 위한 법·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곧 새롭게 선출될 대통령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정부조직을 만들 것이다. 유력 대통령 후보마다 미디어 관련 독임 부서를 만들고, 새로운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 그러나 구체적 해결방안을 만들기 위해 허둥대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미디어산업진흥과 미디어 공공성 보호를 위한 법·제도 마련은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정책목표를 세우는 일은 미래의 바람직한 상태를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적 정책수단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맞는 법·제도 설계를 위해 충분한 필요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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