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노조와 KBS 보도본부가 구성원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지난 1월 이후 동료 2명의 잇단 부고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KBS 구성원들을 위해 심리상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달 15~18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연계해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전문상담사 4명이 직접 KBS 사옥을 방문해 상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청자가 노조를 거치지 않고 재단 측에 직접 연락해 상담 일정을 잡고, 구성원끼리 마주치지 않게 사내 상담실 위치를 선정하는 등 익명성과 비밀보장을 우선시했다. 또 재단이 프로그램을 무상 지원해 구성원이 비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담 여부가 파악될 수 있는 우려도 없앴다.
윤성구 KBS본부 사무처장은 “한 달 내 사업장에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긴급하게 생명존중재단에 연락을 취하게 됐다”며 “1인당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로 상담을 충분히 진행하고, 예약까지 직접 담당하는 등 재단에서 많은 배려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10명 정도만 받아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취재부서 인원의 20% 정도가 상담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기도 하고, 회사 측에서도 관련 규정을 만들겠다고 해 의미가 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구성원의 지속적인 트라우마 관리를 위해 이달 중순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KBS 보도본부는 지난 1월24일 디지털뉴스주간 산하 부서원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다 지난달 12일부터는 보도본부 전체 구성원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구성원이 지정 심리센터에서 상담을 진행하거나 사내 의무실에 주 1회 상주하는 정신과 전문의 상담을 받는 방식이다. 또 본인이 원하는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진료나 상담을 받고 회사에 비용 처리를 하는 식으로도 운영된다. 최근까지 20명 안팎의 구성원이 보도본부가 지원한 진료 또는 상담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가 제공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한 KBS 한 기자는 “주변인이 떠났다는 충격이 굉장히 컸다. 잠도 못자고, 계속 그 생각만 하게 되고, 회사에 동료의 흔적이 많다보니 힘들었는데 제 3자인 상담사에게 힘든 이 상태가 당연한 반응이라고 확인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되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같이 그동안 심리상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외부 기관에 가서 상담받는 게 쉽지 않은데 사내에서 진행돼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며 “이번이 아니더라도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곤 하는데 앞으로 언제든지 누구나 가볼 수 있게 사내에 상담센터가 상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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