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9일 저녁,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투표까지 끝나고 나면 많은 이들의 관심은 하나로 쏠릴 것이다. 바로 출구조사. 개표방송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모두 종료되는 9일 오후 7시30분 공개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JTBC가 처음으로 출구조사에 뛰어들면서 지상파 3사(KBS·MBC·SBS)와 JTBC의 예측을 비교해 가며 보는 게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달 27일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동률(39.8%)을 기록했다. 28일 나온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이어갔고, 조사방식에 따라 오차범위 밖에서 1, 2위 후보가 바뀌는 등 혼전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사전투표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초박빙 접전이 선거 당일(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출구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방송사와 조사·분석업체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사실 대선 출구조사는 다른 선거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편이다. 단일선거구에, 표본집단도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초박빙이었던 2012년 18대 대선 당시에도 지상파 3사는 오차범위 내에서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19대 대선에선 후보별 득표율까지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예측하는 높은 적중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초박빙의 판세를 보이는 데다가 사전투표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여서 여느 선거 때보다 예측이 까다로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26.1%이었고,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26.7%였다. 투표에 참여한 3명 중 1명 이상은 사전투표를 했다는 의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7~8일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대 대선 사전투표 참여 의향은 27.4%로 집계됐다. 문제는 출구조사에서 사전투표는 제외된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상 출구조사는 선거 당일 투표 시간 동안에만 진행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지상파 3사는 민주당의 과반 압승은 예상했지만, 180석의 ‘슈퍼 여당’은 예측하지 못했는데, 당시 높은 사전투표율이 정확도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지상파 3사와 JTBC는 사전투표 경향을 출구조사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완 대책을 찾고 있다. 지상파 3사와 한국방송협회가 만든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 관계자는 “사전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으면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내부적으로 쌓아온 데이터 등을 활용해 보정한 뒤 당일 출구조사 결과에 연계해 정확한 조사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KEP는 사전투표가 끝난 뒤 1만명을 대상으로 별도의 여론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사전투표자를 알 수 없는 만큼 모집단을 크게 늘린 게 특징이다. 기존의 사전투표율을 고려할 때 1만명 중 약 3000명 정도는 사전투표에 참여했다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선거법상 이때 조사 문항은 출구조사와 달리 ‘누구를 찍었냐’가 아니라 ‘누구를 지지하냐’로 물을 수밖에 없어 실제 투표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KBS 선거방송기획단 김상협 기자는 “(사전투표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출구조사를 보완하는 이런 조사 등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JTBC도 지난달 24일 ‘뉴스룸’을 통해 출구조사 준비 과정을 설명하며 “오미크론 확산으로 크게 늘어날 사전투표자들의 성별과 세대별 투표 경향도 본 투표와 똑같이 반영된다”며 “이를 위해 4일과 5일 사전투표에 맞춰 심층 여론조사도 실시해 더 정확한 출구조사의 틀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기관 3곳(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과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하는 지상파 3사와 달리 JTBC는 글로벌리서치 한 곳과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가 이뤄지는 투표소 수는 지상파보다 적지만, 조사 간격은 ‘5명당 1명씩’으로 지상파와 같다. 표본으로 선정된 투표소 앞 50m 거리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 5명당 1명씩 같은 간격으로 조사하는 방식이다. 남궁욱 JTBC 보도국 취재담당은 “역대 대선뿐 아니라 여야가 치열하게 붙었던 선거들을 모델링 해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투표소를 선정했다”며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이 붙어 있는 만큼 어려운 조사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출구조사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더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리서치가 최근 출구조사 조사원을 모집하며 낸 공고를 보면 조사원 1명당 약 2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원 1000명이면 수당으로 지급되는 비용만 2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2010년 지방선거부터 공동 출구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상파 3사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구조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19대 대선 땐 전국의 약 330개 투표소에 2000여명의 조사원을 보내 약 10만명의 응답자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많이 들이고 ‘경합’ 이렇게 나오면 골치 아픈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만일 출구조사 결과마저 혼전 양상이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는 대신 오차범위 내 수치만 공개할 수도 있다. KEP 관계자는 “단일선거구일 경우 예측 득표율을 동일하게 공개하는 게 원칙이지만, 너무 경합일 경우엔 각 사의 판단에 따라 (발표 방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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