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패가 상당히 무겁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무겁게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53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기자들은 “무거운 상”을 수상한 데 감사하며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기자상을 받기까지 응원하고 격려해준 동료들에게도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아래는 수상소감 전문이다.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 사건> 신재웅 MBC 기자
처음 충격적인 제보를 받고 피해자 부모님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고인이 스스로 삶을 등지면서 남긴 동영상을 봤다. 그 참혹함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밀려나왔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도 아닌데 거의 울면서 취재를 했던 것 같다. 인터뷰하면서, 전화통화하면서, 그리고 밤늦게 혼자 인터뷰 녹취를 풀면서도 눈물이 밀려나왔다. 단 한 가지만 생각했다. 이 억울한 죽음을 밝히고 싶다. 사건이 처음 발생하고 80여일, 그 삶과 죽음 이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가 도대체 왜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밝히고 싶었다. 부족하지만 고인의 부모님과 했던 약속을 떠올리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했다.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된 지 300여일이 지났다. 해도 바뀌었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바뀔 것들이 많고, 사회 곳곳에 비슷한 제 2의 피해자들도 많이 있다. 정작 고인의 부모님들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지켜보겠다. 마지막으로 고 이예람 중사님이 우리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지난 한 해 가장 중요하고 또 의미 있는 기사로 선정해준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맙다.
<곽상도 의원 아들에 50억 등 ‘화천대유 자금 추적기’> 김구연 CBS 기자
먼저 이 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분께도 감사함을 전한다. 이 사건은 대장동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정치권력, 그리고 자본권력들이 뒤섞여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 그래서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기가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현장에서 기자들이 정말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취재원들을 만나서 정보를 모았고, 그것들을 확인하고 여러 자료들을 오랜 기간 끈기 있게 분석해서 만들어낸 성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 이 상은 CBS 모든 구성원들에게 주는 상이라고도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실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는데, 그동안 여러 구성원들이 좋은 뉴스를 많이 써줬기 때문에 여기 있는 기자들이 좀 더 편하게 이 사안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상의 영광을 CBS 모든 구성원들에게 돌리고 싶다. 또 여기 수상한 기자들이 3개 팀이 다 섞여 있다. 법조 기자도 있고, 경찰팀 기자도 있고, 심층취재팀 기자들도 있다. 아시다시피 기자들이 이렇게 일선에서 협업하는 게 사실 그렇게 쉽지 않다. 이재기 보도국장이라든지 최철 사회부장, 김중호 법조팀장, 유동근 경찰팀장 선배들의 리더십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사안이 아직 저는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취재할 거고, 이게 쉽지가 않아서 시간이 계속 걸리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주시고 격려 부탁드린다. 고맙다.
<국세청 ‘세정협의회’ 비리 추적…50년 만에 ‘폐지’까지 이끌어내> 최병호 뉴스토마토 기자
먼저 한국기자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국세청 세정협의회 제보를 받고 처음에는 좀 막막했다. 이 사건이 시작된 게 시간이 되게 길었고, 역사도 길었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벌어졌고, 이해관계들도 참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취재를 해야 되나 참 막막한 점이 많았다. 우선 이 상은 제 개인의 힘은 맞지만 제 개인이 받는 게 아니라 저희 뉴스토마토 식구들이 모두 받는 상이라고 생각을 하겠다. 특히 수습 때부터 지도해 주신 정광섭 대표님과 기사 방향이 나아갈 바를 정해주신 이승형 편집국장님 그리고 김기성 정치부장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기사를 쓰고 나서 각계의 반향이 컸다. 국세청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범하는 그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그만큼 공분을 했다는 뜻인 것 같다. 특히 아까도 말씀해 주셨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계, 민심이 참 어렵다. 동네 골목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장사가 너무 안 돼서 세금도 못 내고 있고, 대출 이자도 밀리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이 허투로 쓰이지 않고 이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앞으로 견제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사실 올해로 기자 생활 10년 차가 됐다. 그동안 기자 생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비가 많았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또 오늘 이 시상식에서 본 선‧후배 동료 기자님들의 눈부신 활약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탐사보고서 「기록」 3D프린터와 암> 김웅래 YTN 기자
이렇게 무거운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상패가 상당히 무겁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무겁게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직업성 암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는 증례 수가 부족하거나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서, 인과성을 입증하지 못해서 산재 인증을 받지 못하는 그런 사례들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 저희 취재팀은 3D 프린터에 집중을 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두 가지 모두 다 저희 팀 프로그램인 이 탐사 보고서 기록이 추구하는 바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는 증례 수가 적어서 입증하기가 너무나 힘든 주제라는 점이다. 짧은 뉴스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최대 다섯 달까지 취재를 하는 저희 팀의 성격과 맞다고 생각을 했고,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저희 탐사 보고서 기록의 제목처럼 사안의 어떤 표면적인 부분만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저희는 사안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취재를 하다 보니 단순히 건강 문제가 아닌 국가가 개입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기 때문에 이렇게 기사를 쓰게 됐다. 3D프린터를 다루다가 선생님들이 희귀암에 걸렸다. 세 분은 10만 명당 1명이 발병하는 육종암에 걸리셨고, 여성 선생님 한 분은 급성 유방암과 급성 자궁경부암이 동시에 찾아왔다. 가족력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또 한 분은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넉 달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 선생님들을 찾았고, 인과성을 최대한 밝히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실험도 했다.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 다행히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선 것 같다. 산재 인증을 받는다는 게 단순히 어떤 보상을 위한 것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 남아 있는 선생님과 학생들을 위해서 아직도 노력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 고 서울 선생님의 부친인 서정균 선생님, 그리고 아직도 투병 중인 선생님들이다. 저희 기획탐사팀, 영상기획팀은 앞으로도 이 선생님들을 응원할 거고 기사로써, 후속 보도로써 힘을 보탤 거다. 다시 한 번 이렇게 무거운 상 주셔서 감사하고, 3D프린터와 암 못지않은 좋은 기사로 보답하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5‧18 북한특수군 김명국> 봉지욱 JTBC 기자
사실은 저희가 작년 5월에 방송을 하고 이달의 기자상을 못 받았다. 그 때 좀 마음도 아프고 왜 못 받았을까 이렇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이렇게 큰 상을 주시려고 그때 안 주셨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 저희가 북한특수군 김명국을 추적한 건 사실은 2019년부터였다. 그때 제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라는 저희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있었는데, 그때 저희가 추적한 이유는 그 당시에 국회에서 5.18 공청회가 있었다. 그때 지만원이 나와서 역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때 저희가 김명국을 찾지 못했다. 이분은 탈북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분이 아니었고, 굉장히 찾기가 어려워서 사실은 그때 찾다 포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초 위덕대에서 한 교수가 이제는 국회를 넘어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5.18 북한 개입설을 가르쳤다. 역시 근거는 지만원이었고 지만원은 김명국은 항상 5.18 북한군 개입설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을 했었다. 작년 2월에 사실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이 방송이 먼저 나갔다. 근데 김명국은 찾았지만 김명국이 내가 광주에 간 적 없다고, 인정을 하지 않았던 상태였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거기까지만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에 나갔고 그 이후에 저희 이규연 대표께서 저보고 설득을 한번 시켜보는 게 어떻겠느냐,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저희가 이제 가서 했다. 근데 사실은 저희가 이분을 찾을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사진 한 장이었다. 이분이 밖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 그 뒤 배경에 우리나라 최대의 검색 포털 서비스 회사 간판이 보였다. 그래서 그 간판 하나를 보고 그 일대를 한 달 넘게 샅샅이 수색을 해서 특히 저희 라정주 PD가 현장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제가 김명국을 처음 찾아갔을 때는 당연히 김명국은 나가라, 말하기 싫다, 나는 북한에 갔다, 광주에 갔던 북한군이 맞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계속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아니라 나가라, 나가라 하면서 1시간씩 말씀을 했다. 그런데 저희가 들어보니까 기자로서 뭔가 있구나, 라는 직감이 있었고 이후에도 두세 번 더 찾아가서 설득을 했다. 역시 이분은 그냥 대단한 그런 분은 아니고 60대 가장, 평범한 가장이었다. 저희가 진심어린 설득을 했고, 저희 스튜디오로 오셔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했다.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자신이 그렇게 얘기했고 한 방송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세세히 설명했다. 제가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2010년에 이미 국가정보원이 이 분을 두 차례 불러다 조사를 했다. 근데 그때 이미 자신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이후에 이 북한군 개입설이 계속 확대되고 국회로까지 가고, 학교로까지 가지만 끝까지 자기들의 조사 사실, 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1월23일에 전두환 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전남 강진 저수지 한 곳에서 한 분이 돌아가셨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셨는데 이분은 5.18 부상자 이광영 씨였다. 총상을 입고 하반신 마비로 평생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다가 그날 공교롭게도 전두환 씨가 세상을 떠난 날 같이 돌아가셨다. 굉장히 안타까웠고 저희는 그날 뉴스룸에 이런 보도를 했다. 이광영 씨는 5.18 전두환 재판에서도 헬기 사격의 증인으로 나섰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임하셨던 분이다. 바로 이곳 프레스센터 19층 식당에서 전두환 씨 죽기 한 달 전에 제가 민정기 비서관을 만난 적이 있었다. 저는 그날 민정기 비서관으로부터 재판 때마다 전두환 씨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5.18 재판이 왜 진실을 밝히지 못했는가, 바로 수면제를 먹였고 사실상 재판 방해를 했던 거다. 굉장히 안타까운 사연이었고 가장 아쉬운 점은 한마디 사과를 저희가 받지 못했던 거다. 제가 그날 민정기 씨를 만났던 건 마지막에라도 사과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 이런 걸 설득하려고 했는데 사실은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을 설득하고 있다. 반드시 올해 설득해서 신군부가 5.18 만행에 대해서 사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끝으로 저희 5.18 특별취재팀에 함께해 준 채승기 기자, 송우영 기자, 그리고 김동훈 기자, 라정주 기자 다 고맙다.
<감춰진 진실-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 최기영 강원일보 기자
우선 큰 상 주신 한국기자협회, 그리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큰 영광을 다함께 할 수 없었지만 강원일보 동료 분들께 모두 돌리고자 한다. 마침 어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강원도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982명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그래서 더 뜻깊은 것 같다. 이번 보도의 시작은 부채의식이었다. 강원도 어민 수천여명이 수십여 년 간 큰 울분과 억울함을 갖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그 억울함을 들어주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사죄의 의미를 이번 기획보도에 담았다. 지역에 여러 아픔들이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제주4‧3항쟁 등 여러 지역의 아픔들이 국민적 응원이나 지지를 받게 된 데는 주민, 피해 당사자 모두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저는 지역 언론인의 역할이 컸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납북귀환어부 간첩조작사건의 진실 규명은 이제 막 시작됐다. 강원일보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 여러분, 로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달라. 감사하다.
<‘조선인 강제노역’ 사도광산 세계유산 일본 후보로 유력> 김호준 연합뉴스 기자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연합뉴스 선양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취재 중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조계창 기자를 기억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조계창 기자는 저에게도 회사 선배이면서 고등학교 선배였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과정 동기였다. 이번 사도 광산 취재에는 후배인 이세원 특파원이 더 큰 역할을 했는데 조계창 기자와 저의 이런 각별한 인연 때문에 제가 대표로 수상 소감을 말씀드리게 됐다. 저는 올해 초에 사도 광산을 현장 취재했다. 니가타현에서 쾌속선으로 70분 정도 걸리는 사도 섬에 있는 광산이다. 동해상에 있는 사도 섬은 겨울에 눈이 무척 많이 내리는 곳인데 태평양전쟁 기간 동원됐던 동포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연합뉴스 도쿄지사는 앞으로도 우리 시각에서 기사를 발굴해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뜻깊은 상 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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