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잊지 못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글로벌 리포트 | 중국] 유지영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

유지영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

“잠시 뒤 개회식이 열리는 ‘냐오차오’(鳥巢·새둥지)로 이동합니다. 모두 버스에 올라 주세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른 2월4일 오전 11시15분. ‘폐쇄 루프’(closed loop) 밖에서 올림픽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한 미디어센터가 자리한 베이징국제호텔로 전 세계 특파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일반인에게 베이징 올림픽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외신 기자 등 지정된 인사들에게 관람객 자격으로 참가할 기회를 줬다. 세 차례의 검색과 버스 대기 등 길고 지루한 과정을 마친 오후 5시30분. 각국 취재진은 국가체육장에서 진행된 개회식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을 얻었다.


기자는 4년 전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정부 부처인 행정안전부를 출입하고 있었다. 당시 행안부는 경기장 및 주변 시설의 안전과 통신 등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평창을 방문하고도 경기 자체보다 시설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느라 올림픽을 즐기지 못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4년 뒤 중국에서 ‘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개회식을 직관하게 돼 놀랍고 신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열린 대회는 폐쇄 루프로 불리는 방역 시스템 안에서 치러졌다. 감염병 확산을 원천 차단하고자 대회 참가자와 일반 중국인을 완전히 분리했다. 베이징이란 도시 안에 올림픽 운영을 위한 또 하나의 도시를 만들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폐쇄 루프 밖에 있는 기자들을 위해 시내 중심에 별도의 미디어센터를 마련했다. 이 역시도 입장이 매우 까다로웠다. 48시간 이내에 핵산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기록이 있어야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공항 출국 과정에 준하는 몸수색을 거쳐야 기자석에 앉을 수 있었다. 각국 특파원들이 이곳에서 함께 기사를 타전했다. 북한 출신 기자들을 만나 짧게나마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번 대회에선 중국의 선전이 돋보였다. 금메달 9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미국(금8, 은10, 동7)을 제치고 종합 3위에 올랐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작지만 위대한 승리’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4년 전 평창에서 16위(금1, 은6, 동2)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중국의 성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가 동계 스포츠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주효했다. 미국에서 귀화한 여자 스키선수 구아이링이 금메달 두 개를 따내는 등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도 도움이 됐다. 여기에 대회 초반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 등 홈 텃세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한국 기자로서 아쉬움도 컸다. 개막식 때 불거진 ‘한복 논란’이 대표적이다. 식전 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주민들이 방 안에 둘러앉아 설날을 보내며 윷놀이를 했고 본행사에서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고 머리를 땋아 댕기로 장식한 여성이 등장해 국기 전달 행사에 참여했다. 베이징 특파원 사이에서도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은 속내가 담겼다’는 주장과 ‘중국의 정식 구성원인 조선족의 전통 의상과 풍습을 소개하는 것 뿐’이라는 반론이 맞섰다. 기자는 한국 내 반응이 조선족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다소 감정적으로 이뤄져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인도 매체 인디언익스프레스가 지적했듯 한국인이 그토록 화가 난 근본 원인은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단행된 중국의 한국 문화 도용 시도 때문임을 중국인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복(韓服)은 중국의 한푸(漢服)에서 왔다”,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중국식 절임채소)에서 유래했다” 등 정확한 근거나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온라인에 퍼지고 이런 내용이 기사화돼 한국인들이 상처를 받아왔음을 이해했으면 한다.


한복 논란은 한중 두 나라가 더 좋은 친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모두 상대방이 민감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갖게 됐으면 한다. 이는 중국이 진정한 의미의 ‘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유지영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