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100만 조회' 기사와 '돈 안되는' 기사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윤에 초점을 두면 가치가 위태로워지고 가치에 집중하면 생존의 기반을 위협받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뉴미디어를 연구해 온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2018년 펴낸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에서 언론의 모순적인 지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라는 추상적인 이상을 실현한다는 과제와 기업으로서 이윤을 내는 역할이 충돌하며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다.


기자협회보 보도로 지난해 국내 최대 디지털 뉴스 플랫폼 네이버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기사들이 공개됐다.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목록들은 언론의 지위를 분석했던 책의 내용을 떠오르게 한다. 연예인과 정치인들의 한마디를 강조한 기사의 제목, 성적이거나 자극적인 사건을 담은 기사의 내용은 대부분 1차원적인 호기심을 유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독자를 끌어들이고,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데 현격한 공을 세운 상위권 기사들의 구성은 생각보다 충격적이다. 이윤에 초점을 둔 기사에서 저널리즘은 사라졌다.


언론사 대다수가 디지털 전략의 하나로 포털에서 기사 노출을 늘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조회 수는 수익의 크기뿐 아니라 독자의 규모이기도 하다. 포털 전략으로 명백하게 ‘모객’에 우선순위를 두면 어떤 모습의 언론이 독자와 마주하게 되는지 이번 보도로 여실히 드러났다. 더 많은 독자에게 더 좋은 기사를 전달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자는 디지털 전환의 대의는 허상일 뿐인가.


몇 년 전까지 네이버는 스스로 뉴스 페이지의 편집권을 가지고 노출할 기사를 선택하고 영역을 설정해 배치했다. 지금은 각 언론사에서 노출 기사의 목록은 물론 강조할 이슈도 설정해 편집한다. 후자가 언론의 게이트키핑이나 가치를 더 잘 반영하기는 하지만, 두 시스템 모두 독자의 ‘클릭’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수개월의 시간을 들여 기획한 연재 기사나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지닌 특종 보도는 어떤 편집 방식에서도 언론사 메인 영역에 오르지 않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은 네이버 많이 본 기사의 상위권에 한 건도 오르지 못했다.


진실을 보도하지 않고, 제대로 시대정신을 다루지 못한다며 기자들은 ‘기레기’로 폄하된다. 그러나 기자들의 상당수는 이같이 가장 많은 언론사 수익에 기여하는 기사의 작성을 거부한다. 이 때문에 언론사들은 온라인 대응만을 목적으로 한 전담팀이나 자회사까지 꾸려 포털 노출을 위한 기사를 양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내리고 있는 글을 그대로 긁어오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중계하듯 써 내려간 기사다. 사회적인 공감대는 전무하고, 선정적인 묘사만 가득하다. 분석이나 해석도 없이 유명인이 소셜미디어로 내뱉은 한 마디를 “따옴표”로 옮긴 기사다. 한국 뉴스 소비의 핵심 공간인 네이버를 통해 주로 퍼지고 소비되는 기사들이 대개 이렇다.


공들여 작성한 기사가 포털의 목 좋은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쉽게 말해 포털의 뉴스판에서는 ‘돈이 되지는 않다’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네이버의 ‘100만 조회 수’ 기사로 수익을 보전하지 않으면 좋은 기사를 쓰는 언론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들 기사의 조회 수가 올라갈수록 언론의 신뢰도는 타격을 받는다. 포털이 만든 뉴스 생태계에서 언론사들은 무한 경쟁의 진흙탕으로 내몰렸고, 독자들은 가볍고 쉬운 뉴스만 반복해 소비하는 습관에 노출됐다. ‘포털 저널리즘’에서 언론의 지속가능성은 존재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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